2018년 28호 태풍 마니, 29호 태풍 우사기 전망과 필리핀~베트남 영향

북서태평양 태풍 활동이 막바지 불꽃을 태우고 있다. 2018년의 27호 태풍 도라지(TORAJI)가 남중국해 베트남 호치민 동쪽 해상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데 이어, 필리핀 민다나오 섬 동쪽 및 미크로네시아 폰페이 섬 남쪽 해역에서는 태풍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열대저기압(TROPICAL DEPRESSION) 33W'와 '열대요란(TROPICAL DISTURBANCE) 92W' 등이 활동 중인 상황이다. 33W와 92W 등은 모두 유력한 태풍 후보로서, 28호 태풍 마니(MAN-YI)와 29호 태풍 우사기(USAGI)가 연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태풍 도라지는 11월 17일 오후 6시경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발생한 뒤,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11월 18일 오후 3시경 소멸(열대저기압으로 약화)했다. 북서태평양 태풍 명명 업무를 담당하는 일본 기상청(JMA)이 아무런 사전 예보도 없이 발생 선언을 내렸다가 빠르게 소멸 판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민다나오 섬 동쪽의 33W에 대해서는 '24시간 내 태풍으로 발달'한다는 예보를 일찌감치 발표한 상황이며, 오늘 밤~내일 사이 '28호 태풍 마니'로 승격할 것으로 보인다.

*도라지(TORAJI)는 북한, 마니(MAN-YI)는 홍콩, 우사기(USAGI)는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마니는 '해협'을, 우사기는 '토끼'를 의미한다.

위성 영상(JMA HIMAWARI)을 보면 왼쪽부터 27호 태풍 도라지에서 열대저기압(TD-TORAJI)과, 28호 태풍으로의 발달이 예보된 33W 및 열대요란 92W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92W는 아직 일본 기상청 지상 일기도에는 분석되지 않았지만, 순조로운 발달 경향에 있어 미국 합동 태풍경보센터(JTWC)가 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다음 주말이 되기 전에 29호 태풍의 발생까지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한편 필리핀 동쪽의 열대저기압 33W의 경우 무려 하와이 남쪽 중태평양에서 발원한 열대요란인데, 33W의 전신이었던 열대요란 98C가 하와이 남해상→민다나오 섬 동쪽까지 거의 1만km에 육박하는 장거리를 전전했음에도 별다른 발달을 이루지 못했었다. 이는 겨울로의 계졀 변화가 진행되면서 북서태평양 열대저기압 활동이 녹록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저위도에 광범위하게 형성됐었던 건조 공기(어두운 영역)가 수그러들면서 잠시나마 양호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98C(33W)는 뒤늦게 발달에 속도가 붙어 이제는 '태풍 마니'로의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참고로 필리핀 기상청(PAGASA)은, 이미 33W가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해석해 '사무엘(SAMUEL)'이라는 이름을 독자적으로 부여했다.

예비 28호 태풍 마니와 29호 태풍 우사기 등의 예상 경로는 다소 유동적으로, 이들 예비 태풍에 대한 유럽 ECMWF 앙상블 예측을 보면 상당한 변동성을 시사한다.

다만 대체적인 방향성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황인데, 일단 현 시점에서 28호 태풍 마니(33W)는 필리핀 남부 비사야 제도~민다나오 섬 범위를 통과한 뒤 앞서 소멸한 '27호 태풍 도라지'를 뒤쫓아 베트남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예비 29호 태풍 우사기(92W)는 미국 괌 섬~사이판 섬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1월 20일 UPDATE*

11월 20일 오후 9시를 기해 '28호 태풍 마니'가 발생했다. 그러나 당초 태풍 승격이 유력시됐던 '열대저기압 33W'의 발달이 일본 기상청의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면서, 후발주자였던 열대요란 92W가 33W를 앞질러 '태풍 마니'로 승격하기에 이르렀다. 33W는 순번이 밀려 '29호 태풍 우사기'로 명명될 듯하며, 발생 예보가 취소될 가능성도 엿보이기 시작했다.

초기 세력 예측이 빗나간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의 진로는 며칠 전 유럽 ECMWF 앙상블이 예측했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각국 기상 기관 및 주요 모델의 예측 경로에 따르면 '마니'는 괌~사이판 남쪽 해역으로, 33W(예비 우사기)는 세부 등이 위치한 비사야 제도~베트남 남부 방면으로 나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