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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태풍 다나스(DANAS) 소멸과 고찰

MaGon 2019. 7. 23. 02:52





제 5호 태풍 다나스(DANAS)는 북서태평양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의 공식 발표에서 7월 21일 오후 9시를 기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었다.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여러 언론 등을 통해 '7월 20일 정오에 소멸'한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소멸이 아닌 '열대저기압(TD)'으로의 강등이었다. 사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강등 혹은 소멸이라는 표현조차도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기상청의 강등 판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나스 강등 발표 직후의 기상청 예보문과 당시 해상풍 위성 관측



대한민국 기상청이 TD 강등 발표를 했던 7월 20일 정오경, 일본 기상청 및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 중국 / 대만 등은 다나스를 여전히 '태풍'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부지방 각지에서 변함없이 강한 바람과 호우가 야기되고 있었으며, 당시 해상풍 위성 관측에서도 태풍 주변부에 18m/s 이상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심지어 강등 발표 직후의 기상청 예보문에도 버젓이 최대 18m/s의 풍속이 예보되었다.


태풍의 정의가 '최대풍속이 18m/s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임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기상청의 강등 발표는 다소 섣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상륙 직전의 갑작스러운 강등 발표로 인해 언론 등에서는 '태풍 소멸'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태풍 소멸=비바람 잦아듦'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말 확실한 근거가 있지 않는 한 '태풍' 등급을 유지시키는 것이 낫다. 이는 미국(NHC), 일본(JMA), 중국 등과 같은 선진국의 태풍 예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강등 시기가 애매할 경우 사후(BEST TRACK)에라도 분석하면 되는 것이다.





남해안 횡단을 예측한 대한민국 기상청 예보도(위)와 강원도를 거쳐 동해상에 진출하는 실제 태풍의 모습(아래)



섣부른 강등(소멸) 발표도 문제지만, 진로 예측에서는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당초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다나스는 빠르게 대한민국 남해안을 횡단해 7월 20일 밤에는 포항 앞바다로 빠져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 태풍은 더 높은 위도까지 북상, 서해안에 상륙한 뒤 충청~강원도 등 중부지방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북상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한민국 내 여러 지역이 7월 21일 새벽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진로 예측 실패다. 물론 이 태풍의 진로가 발생 초기부터 매우 유동적이긴 했지만, 적어도 진로의 유동성이 거의 해소되었던 7월 19일에는 예상 경로를 수정했어야 했다.





각국 예보 기관이 발표했던 다나스 예보도와 대한민국 기상청 예보가 더 정확(?)했다는 뉴스 기사



웃지 못할 부분은, 대한민국 기상청의 섣부른 강등(소멸) 판단을 근거로 여러 언론에서 찬사를 늘어놨다는 점이다. 태풍 다나스의 7월 20일 정오(대한민국 기준 열대저기압 강등 시점)까지의 경로만을 잘라내면 마치 기상청의 진로 예보가 대충 적중한 듯이 보이지만, 서두에 첨부한 동해상 진출까지의 경로를 포함하면 기상청의 예상 경로가 잘못되었음이 확연하다. 당연히 '세력 예측' 또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어찌되었든, 대한민국 기상청은 다나스에 대해 조금 이른듯한 강등(소멸)을 발표했다. 그리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열대저기압(TD)의 동향보다는 '태풍의 소멸'에만 이목이 집중되면서 전체적인 태풍 예보 실패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한·미·일 진로 예보에서 승리!"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뉴스들이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결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