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1

'역대급 4월 태풍' 2호 태풍 수리개, 필리핀 동쪽 해상 통과 중

MaGon 2021. 4. 18. 16:28

4월 18일 새벽, 태풍 수리개의 모습(JMA HIMAWARI)


'관측 사상 최강의 4월 태풍'이 등장했다. 2호 태풍 수리개(SURIGAE)가 2021년 4월 18일 새벽, 중심기압 895hPa / 1분 최대풍속 165KT(약 85m/s)의 '5등급 슈퍼 태풍'이라는 경이적인 세력을 달성한 것이다. 북서태평양 태풍은 물론이고 범위를 전세계(대서양 허리케인~남반구 사이클론)로 확장해도 4월로서 전례가 없었던 위력이다.

1971년 4월 30일 발생했던 태풍 에이미(AMY)가 중심기압 890hPa까지 발달했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해당 태풍의 최성기 시기는 4월이 아닌 5월 초였다. 그나마도 풍속을 놓고 보면 이번 수리개(165KT)가 에이미(150KT)를 크게 상회한다.

 

 

4월 18일 0시경 태풍 수리개의 적외 강조 영상(JMA HIMAWARI/NRL)


2호 태풍 수리개의 세력이 절정을 맞이했던 4월 18일 0시경의 위성 적외 영상을 보면, 이상적인 형태의 강력한 대류역을 동반한 모습이다. 빈틈없이 중심권을 에워싼 노란색 혹은 짙은 회색 영역(운정온도 -90도 이하)을 볼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NOAA SAB와 일본 기상청(JMA) 등의 기관은 수리개의 위성 해석 T값을 최고값인 8.0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번 태풍의 경우 소위 '역대급'이었던 대류역 두께에 비해 눈 구조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경향이 있었다. 대류역의 피크는 17일 오후 9시 무렵이었는데, 이때의 '태풍의 눈'은 균일적인 원형이 아니었고 온도 역시 눈 내부에서 낮은 영역(OW EYE)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속보 해석에서 2013년의 '하이옌'이나 작년의 '고니'와 같은 풍속 170KT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왼쪽, JMA)와 열용량 분포도(오른쪽, RAMMB/CIRA)


태풍 수리개는 이전 4월 13일의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상층의 양호한 환경(활발한 상층 발산, 낮은 연직 시어 등)과 높은 해수온 등에 힘입어 발생 초기부터 순조롭게 발달했다.

특히 기존의 좋은 환경과 더불어 필리핀 남부 레이테 섬 동쪽 해역의 높은 열용량(OHC)이 가미되면서 태풍의 역사적인 중심기압 최성기를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 이 일대는 해수면 온도만 놓고 보면 주변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지만, 수심 50m에도 고수온이 분포하므로 열용량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18일 오후 3시 기준 일본 기상청의 태풍 진행 경로도(왼쪽)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의 예보도(오른쪽)

 


한편 2호 태풍 수리개의 진로는 당초 동경 130도 동쪽에서의 북동 전향이 유력했으나, 전체적인 경로가 예상보다 서편향되면서 필리핀에 다소 접근했다. 이는 초기 모델 예측에서 유럽 ECMWF / 미해군 AFUM의 예상 진로와 유사하다.

 

이에 따라 비록 수리개의 중심권이 육지를 비껴가고는 있지만, 비교적 태풍 중심에 가까워진 필리핀 사마르/레이테 섬 및 루손 섬 일부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은 태풍의 강풍역에 위치한다.

다만 태풍은 4월 18일 오후 3시 현재, 새벽의 최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상태이다. 다음주에는 북위 15도 이북에 진출하면서 낮아지는 해수온과 상층 환경의 악화 등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윽고 진행 방향을 북동으로 꺾을 것이며, 북쪽 한기의 유입으로 인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