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7

태풍 노루의 일본 간사이 지방 상륙과 변화무쌍한 진로

MaGon 2017. 8. 7. 19:09





5호 태풍 노루(NORU)는 2017년 8월 7일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일본 혼슈 간사이 지방(近畿地方, 킨키 지방) 와카야마 현에 상륙했다. 일본 기상청 등이 예보한 태풍 진로가 날마다 동쪽으로 치우치면서 예상 상륙 위치가 기존의 큐슈에서 시코쿠로 바뀌더니, 결국에는 시코쿠에도 상륙하지 않고 간사이 지방에까지 밀렸다. 며칠 전 대한민국 기상청이 태풍의 대한해협 통과를 가장 마지막까지 고수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는데, 일본 기상청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단한 삽질을 행한 모양새다.


태풍의 간사이 지방 상륙 직전(7일 오후 3시) 위성 영상을 보면, 태풍의 '눈' 구조가 희미하게나마 존재하는 가운데 원형으로 안정된 형태를 갖춘 모습이다. 이틀 전 우려했던 재발달은 없었으나, 시코쿠 산지(山地) 등 주변 육지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중심기압 975hPa / 1분 최대풍속 65KT의 'TY급' 세력을 유지했다. 특히 지금까지 태풍 노루의 영향을 받았던 큐슈 및 시코쿠가 태풍의 진행 방향 왼쪽(가항 반원)이었던 반면, 이제부터 혼슈 남부는 태풍의 위험 반원에 들어갈 것이므로 영향력 증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위 첨부 이미지는 사흘 전, 8월 4일 각국 주요 수치 모델의 예상 경로도다. 당시 유럽 ECMWF / 미국 GFS / 일본 태풍 앙상블(TEPS) 등 다수의 모델은 태풍이 큐슈 및 시코쿠에 상륙한 후 한반도 동해상으로 진출하는 진로를 예측하고 있었다. 때문에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를 포함해 일본 기상청(JMA), 중국 기상국 등과 같은 유수 예보 기관에서도 태풍의 큐슈~시코쿠 상륙을 유력시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의 상황을 보다시피 진로 예측 실패로 이어졌다.


물론 캐나다 CMC / 미해군 NAVGEM 예측에서 태풍이 큐슈와 시코쿠를 비껴가 혼슈 킨키 지방에 상륙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던 만큼, 지금의 태풍 경로가 완전히 상정 외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태풍은 주요 수치 모델의 유동성이 해소되지 않았을 경우, 언뜻 확실했던 태풍 경로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부분은 태풍 노루의 진로가 아직도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첨부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위)와 일본 기상청(아래)의 최신 예상 경로도를 비교하면, 태평양 진출로 동편된 미국의 예보와 혼슈 북부로 북편된 일본의 예보로 나뉜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3000m 이상의 혼슈 중앙부 고산지대(高山地帶)를 목전에 두고 태풍 노루가 어떤 과정을 밟느냐에서 비롯된다.


태풍은 그 구조상 고산지대를 온전히 나아가기 어려워, 결국 산지를 피하듯이 움직이거나 혹은 중심이 복수로 분열되는 상황이 가능하다. 일본 기상청의 경우 태풍이 산지를 피하듯 북쪽으로 진행 방향을 꺾든가, 그러지 못해 태풍 중심이 분열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태풍의 주력이 혼슈 북부로 나아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에 반해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고산지대로 인한 태풍의 진로 변화가 크지 않다는 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태풍이 미국 JTWC의 예상처럼 일본 동해상(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면, 당초 태풍 노루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던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일대가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듯하다. 별개로 태평양에 재진입함에 따라 '태풍'으로서의 수명 기록을 좀더 연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인데, 노루는 이미 17일 남짓을 태풍으로 존속하면서 긴 수명 역대 4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