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7

2017년 20호 태풍 카눈 전망과 북서태평양 상황 분석

MaGon 2017. 10. 7. 16:33





2017년 20호 태풍 카눈(KHANUN)의 발생을 볼 수 있을까? 9월 중순 '18호 태풍 탈림'이 소멸한 후 한동안 조용했던 북서태평양이지만, 그 침묵이 이제 깨질 분위기다. 10월 7일 현재,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두 개의 후보 95W와 96W가 각각 필리핀 루손 섬 동해상과 괌 섬 남동쪽 먼 바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지상 일기도에서는 열대저기압(TD 95W) 및 열대성 저압부(LPA 96W)로서 분석되었다.


두 태풍 후보 모두 위치적 여건이 나쁘지 않고 주변 환경도 양호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20호 태풍 카눈은 물론 21호 태풍 란(LAN)의 발생까지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태국에서 제출한 '카눈'은 '열대과일의 한 종류'를 의미하며, '란'(미국에서 제출)은 마셜 군도 원주민어로 '폭풍'을 의미한다.







500hPa 일기도를 보면 한반도~중국 만주 일대에 편서풍대(偏西風帶)가 위치하는 가운데 그것의 남쪽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아열대 고기압)의 세력권이 자리잡은 모습이다. 해당 고기압의 세력권은 한때 북위 30도 이남으로 밀려났었지만, 최근 세력권을 조금씩 북쪽으로 확장하는 중에 있다. 북서태평양에 태풍 발생 조짐이 나타난 것은 고기압의 세력권이 북쪽으로 옮겨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위도에 대한 고기압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기압의 세력권은 서쪽으로 중국 내륙 깊숙이 뻗은 형국이므로 현재로서는 열대저기압이 '북상'할 길은 막혀 있다. 95W 및 96W가 '20호 태풍 카눈'이나 '21호 태풍 란' 등으로 발전할 때까지도 이 기압 배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5W는 베트남 인근까지 서진할 것이 확실시되며, 96W는 아직 동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향후 예상 경로가 바뀔 여지가 있으나 일단 초기 진로는 필리핀을 향할 것이다.







한편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분포를 보면 한반도 인근 해역의 경우 최근 서늘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해수온이 다소 낮아진 반면에 북위 25도 이남 해역은 여전히 30도 남짓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9월 말~10월 초의 열대저기압 활동이 이례적으로 미미했던 영향이다. 9월 말~10월 초는 통계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다발하는 시기로서 작년만 해도 17호 태풍 메기(최성기 중심기압 945hPa) / 18호 태풍 차바(최성기 중심기압 905hPa) 등이 해당 시기에 존재했었지만, 이번은 단 한개의 태풍조차 없었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대서양 허리케인의 활동이 북서태평양 태풍에 비해 대단히 활발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대서양에는 허리케인 네이트(NATE)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일대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2017년 북서태평양은 이대로라면 역대 최약(最弱)의 태풍 시즌으로서 기록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간의 미미한 태풍 활동으로 인한 북서태평양 저위도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현존하는 95W와 96W 및 이후 발생할 태풍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7년이 남은 기간 동안 최약 시즌이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