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0

이례적인 7월 태풍 활동과 2020년 3호 태풍 실라코(SINLAKU) 전망

MaGon 2020. 7. 31. 23:04

 

JMA 분석 지상일기도(7월 31일 오후 3시)

 

2020년의 태풍 활동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통계상 태풍(열대저기압) 활동이 연중 절정에 달하는 시기(7~9월)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의 총 발생 수가 2개(1호 봉퐁, 2호 누리)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단 한개의 태풍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북서태평양 관측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며칠 사이 북서태평양 기압계가 열대저기압 및 저위도 대류 활동에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두 개의 열대저기압(91W, 92W) 태동으로 이어졌다. 이중 91W에 대해서는, 태풍 명명권(命名權)을 가진 일본 기상청(JMA)으로부터 매우 오랜만에 태풍 발생이 예보되었다. 예상대로라면 3호 태풍 실라코(SINLAKU)가 8월 초 남중국해 중국 하이난 섬 앞바다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실라코'는 미크로네시아(MICRONESIA)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미크로네시아 연방 코스라에 섬의 '전설 속 여신'을 의미한다.

 

 

7월 31일 북서태평양 위성 영상(JMA HIMAWARI)과 해수면 온도 현황(JMA)

 

위성 영상에서 예비 3호 태풍(91W)의 모습을 보면, 동반된 구름대가 남중국해를 가득 메울 정도로 규모가 크나 중심권은 다소 부실하다. 이는 전형적인 몬순저기압(MONSOON DEPRESSION)의 특징이다.

 

올해 태풍 활동이 적었던 영향으로 인해 남중국해~필리핀 부근의 해수온이 극단적으로 높긴 하지만, 조직화가 더딘 몬순저기압 특성 및 육지와 가까운 위치적인 문제 등이 예비 태풍 실라코의 발달에 상당한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91W의 발달 가능성을 아직 'MEDIUM'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예비 3호 태풍 실라코의 예상 경로는 상공 동풍류에 의해 주도되어, 중국 남부 하이난 성 및 베트남 북부 일대로 향할 전망이다. 91W가 태풍으로 승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동반된 구름대가 워낙에 광대하므로 호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한편으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먼 바다에 위치한 열대저기압 92W는 향후 직·간접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태풍으로의 발달 예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면 해수온이 매우 높기 때문에 '4호 태풍 하구핏(HAGUPIT)'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잠재적 후보다. 향후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7월 넷째주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던 500hPa 일기도 상층한랭저기압의 모습(위)과 지상일기도 상에서의 장마전선 위치 변화(아래), JMA 일기도

 

그런데 2020년 7월에는 왜 관측 사상 초유의 태풍 발생 '0개'를 기록했을까. 이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그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비정상적으로 남하했던 편서풍대와 이와 연계된 북쪽 한기였다. 남하한 한기는 북태평양 고기압(아열대 고기압) 북쪽 세력 확장을 저지했고, 대한민국의 기나긴 장마와 시원한 7월 등을 야기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할 경우, 태평양 아열대 고압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남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올해 아열대 고기압은 비록 편서풍대에 막히긴 했지만 전체적인 세력은 그리 약하지 않았고, 북쪽 세력 확장 대신에 북위 10~20도 일대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해당 해역의 대류가 완전히 억제되었다. 대류 활동이 없으니 태풍의 씨앗(열대요란) 발생부터가 희박해진 것이다.

 

최근 들어서야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점차 세력을 뻗치기 시작했다. 7월 초~중순 일본 큐슈 및 중국 중남부 장강(싼샤 댐) 일대에 기록적인 호우를 뿌리던 전선대가 이번 주 한반도 중부지방에도 큰 영향을 줬던 것이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레 저위도 해역에 대한 고기압의 영향력이 차츰 약화되었고, 3호 태풍 실라코로의 승격을 앞둔 91W 및 92W 등의 발생으로 이어진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북서태평양 태풍에 있어서 사상 최저의 7월이었지만, 8월부터는 태풍 활동이 정상화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