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0

슈퍼 태풍 하이선(HAISHEN) 예상 진로와 대한민국 영향, '마이삭'보다 위험할까

MaGon 2020. 9. 3. 19:38

9월 3일 오후 6시경 북서태평양 위성 영상(JMA HIMAWARI)

해신(海神)을 뜻하는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의 기세가 무섭다. 강력한 세력으로 발달하면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데, 예상되는 위력과 진로 등이 대단히 위협적으로 9월 7일에 대한민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9호 태풍 마이삭(1분 최대풍속 125KT)'은 '8호 바비(1분 최대풍속 100KT)'보다 더 남쪽에서 발생해 SSHWS 4등급 위력을 달성했었다. 이번 태풍 하이선은 주변 환경과 조건과 발생 위치(동경 140도의 동쪽) 등이 앞선 태풍들보다도 더 좋게 평가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9월 2일 기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분포도(왼쪽, JMA)와 2020년 태풍 경로도(오른쪽, デジタル台風)


서두에 첨부한 9월 3일 위성 영상을 보면 매끄럽고 대칭적인 형태로 조직되는 하이선의 모습(위성 분석 T값=6.0)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태풍이 발생한 북마리아나 제도 일대와 현재 진행 중인 동경 130~140도 영역은 올해 단 한 개의 태풍도 활동하지 않은 해역으로서, 바람으로 인한 해수 뒤섞임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한 해수온(SST)과 해양 열용량(OHC)이 갖추어져 있다.

하이선은 양호한 발산 환경과 낮은 연직 시어까지 등에 업고, 2020년의 첫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합동경보센터(JTWC)는 하이선이 슈퍼 태풍(SUPER TYPHOON, 1분 최대풍속 130KT 이상)으로 발달할 것으로 공식 예보했으며, 일본 기상청(JMA)의 예보문에서도 중심기압 915hPa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언급되었다.

CIMSS 유선 분석과 각국의 하이선 모델 예측 경로도


최근 언론 등에서는 10호 태풍 하이선에 대해 일본을 비껴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경로가 주로 다루어졌으나, 아직 경로는 유동적으로서 한반도 남해안 상륙과 일본 큐슈 상륙의 시나리오가 혼재하고 있다.

각국 주요 수치 모델의 진로 예측을 보면 유럽 ECMWF / 캐나다 CMC 등이 일본 큐슈 상륙을 시사하며, 영국 UKMO / 미국 GFS / HWRF는 큐슈에 바짝 붙어 북상하는 경로를 예측했다. 이러한 경로대로라면, 작년 큐슈 상륙 후 급격히 약화된 채 경미한 영향을 주었던 '8호 태풍 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 모델(일본 GSM / GFS 앙상블 / 미해군 NAVGEM 등)의 진로를 밟는다면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가 되는데, 현재 하이선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동일본 상공의 아열대 고기압(시계 방향 기류)의 세력권이 얼마나 강하게 유지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이삭' 북상 당시에는 여러 모델의 경로 중 동쪽 시나리오(거제도~부산 범위 상륙)가 적중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주목해 볼 만한 요소다.

 

대한민국 거제도 일대에 상륙하는 마이삭의 모습(JMA HIMAWARI)과 상륙 직전 태풍 마이삭 바람장 분석(RAMMB)


한편 태풍 마이삭의 대한민국 남해안 상륙 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 태풍은 중위도 기압골과의 상호 작용이 당초 예측보다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예상보다 느리게 북상(북위 32도 부근에서 약 20km/h)했다. 이는 태풍의 진로가 막판에 동쪽으로 편향되었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상륙 직전 마이삭의 바람장 분석에 따르면 태풍의 풍속 극대역은 중심권으로부터 대략 50~80km 정도 동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태풍이 거제도와 부산 일대를 통과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태풍의 가장 위험한 영역으로부터 벗어났다.

대신 부산 남동쪽에 위치한 일본 대마도가 마이삭의 막판 동편으로 인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으며, 이즈하라(厳原)에서 최대순간풍속 46.2m/s의 기록적인 강풍이 관측되었다. 태풍 중심권이 통과한 부산의 공식 기록은 이보다 다소 낮은 35.7m/s였고, 거제시의 기록은 21.0m/s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태풍과 기압골 간의 상호작용이 늦었던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형국이었다.

이러한 마이삭의 상륙 시 상황과 '10호 태풍 하이선'이 구분되는 점은, 하이선의 경우 북상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중위도 기압골과의 상호 작용 또한 좀 더 일찍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슈퍼 태풍' 달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비교적 빠른 북상은 고위도에서의 세력 유지에 긍정적인 데다, 특히 마이삭으로 인해 낮아진 제주도 동쪽 해수온의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전에 몇번 언급했듯 '매미'나 '사라' 등은 이러한 '고속 태풍'의 끝판왕에 속하는 존재로서, 빠른 진행 속도로 상륙함에 따른 강력한 폭풍(위험반원 풍속 증대 효과)과 단시간의 집중호우를 야기했고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낳았다. 이들은 중위도 기압골과 연계된 편서풍의 영향으로 북위 30도 진입 시점에서 이미 50~60km의 속도로 북상했던 사례다.

물론 이러한 위험성은 전술한 모델별 예측에서 서쪽 진로(GSM / NAVGEM 등)를 가정했을 때의 상황이다. 하이선이 일본 큐슈에 상륙하거나 근접한 채 북상한다면, 앞서 '프란시스코'의 사례를 예로 들었듯이 급격한 세력 약화 및 멀어지는 중심권에 따른 내륙 영향력 감소 등으로 인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