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는 북서태평양 몇몇 태풍에 대한 비행기 관측이 실시된다. 이는 일본 기상청 기상 연구소와 나고야 대학 등의 주도하에 시작되는 것으로서, 일본을 향해 북상하는 태풍이 이번 비행기 관측의 주 대상이 될 예정이다. 일본에 접근하는 태풍의 경우 초기 진행 경로가 한반도 북상 태풍과도 유사할 때가 많으므로, 일본의 비행기 관측 시행으로 인한 태풍 세력 해석 및 진로 예측 등의 향상이 대한민국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 NHC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허리케인 헌터라는 특수 목적 비행기를 운용 중인 가운데, 대서양과 북동태평양에서 활동하는 태풍(허리케인)의 중심으로 해당 비행기가 직접 날아들어가 드롭 존데 등을 통해 정확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을 실측하고 있다. 물론 모든 허리케인을 실측하지는 않으며, 그 대상은 육지에 접근하는 허리케인에 한정된다.
원래는 북서태평양에서도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JTWC에 의해 비행기 관측이 정기적으로 행해졌었지만, 미군의 예산 문제로 인해 1987년을 마지막으로 관측이 중단되었다. 이후로는 거의 10년에 한번 꼴로 극히 일부 태풍에 대해서만 연구 목적의 비행기 관측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반면 2017년부터 시작될 비행기 관측은 적어도 2020년까지 계속될 예정으로서 미군의 관측 중지 이후 최대 규모다. 사실상 30여년만의 비행기 관측 재개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태풍 메기. 연구 목적의 비행기 관측에서 중심기압 890hPa이 실측되었다.
기본적으로 열대저기압(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의 세력은 기상 위성 관측을 통해 '추정'된다. 이를 드보락 해석이라 한다. 태풍의 위성 영상으로부터 T값을 먼저 산출한 뒤, 이를 기반으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연히 태풍 중심이 육상 관측소를 통과한다면 이때의 관측 기록이 세력 해석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태풍은 대부분의 일생을 망망대해에서 보내기 때문에 기상청 태풍 정보에서 접할 수 있는 중심기압 / 최대풍속 등은 보통 추청값일 수밖에 없다.
위성 해석으로서 태풍의 세력을 '추정'한다고는 해도, 오랜 경험과 데이터가 누적된 만큼 그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 육상 관측소에서 역사적인 기압이 기록되었던 2003년의 '슈퍼 태풍 매미' 당시에도 일본 미야코 섬의 실측 해면기압(912hPa)과 속보로 추정된 중심기압(910hPa)이 거의 일치한 바 있다. 북서태평양 태풍에 대한 상시 비행기 관측 재개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이러한 신뢰도 높은 추정법의 존재로 인해 굳이 비행기 관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SSHWS 5등급을 달성한 일부 초강력 태풍이라든지, 급격한 발달 혹은 급격한 쇠퇴가 진행되는 태풍 등에 대해서는 위성 해석에 따른 세력 추정에 한계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에 재개되는 비행기 관측 대상이 비록 다소 제한적이긴 하나, 이를 계기로 태풍에 대한 과소/과대평가 의혹을 해소하는 것과 함께 좀처럼 정확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태풍 강도 예측의 발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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