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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 므란티가 남긴 기록과 고찰

MaGon 2016. 9. 14. 19:46



2016년 9월 13일 오후 10시경 관측된 초강력 태풍 므란티의 적외 강조 영상



14호 태풍 므란티(MERANTI)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초강력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이 태풍은 2016년 9월 13일 오후 9시경 루손 해협에 진입하면서 최성기를 맞이했는데, 이때 므란티는 일본 기상청(JMA) 및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등의 태풍 예보 기관 해석에 의해 중심기압 890hPa / 10분 최대풍속 120KT (60m/s) / 1분 최대풍속 165KT (85m/s)에 달하는 세력으로 분석되었다. 드보락 T값 또한 7.5~8.0 범위로 산출됨에 따라 좀체 보기 드문 수치를 남겼다.


이는 열대저기압 분류(SSHWS)에 있어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5등급 슈퍼 태풍(1분 최대풍속 136KT 이상)"을 가볍게 충족하는 것은 물론, 사상 최강의 태풍들로 일컬어지는 2013년의 30호 태풍 하이옌(HAIYAN)이나 1979년의 20호 태풍 팁(TIP) 등과도 거의 동등한 위력이다. 무엇보다 앞선 태풍들이 비교적 저위도에서 최성기에 접어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태풍 므란티는 북위 20도 이북에서 이 정도의 세력을 달성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높게 평가될 부분이 있다.






바탄 섬, 잇바얏 섬의 위치(위)와 태풍 접근 시 필리핀 바스코(BASCO)의 관측 기록(아래)



슈퍼 태풍 므란티가 최성기를 맞이한 직후, 루손 해협에 위치한 필리핀 바탄 섬(BATAN ISLAND)과 잇바얏 섬(ITBAYAT ISLAND)이 태풍의 중심권에 들어갔다. 이들 지역에서는 한국 시간 12일 오후 11시부터 13일 새벽 3시에 걸쳐 매우 급격한 풍속 증가 및 기압 하강이 관측되었다.


먼저 태풍의 눈벽이 훑고 지나간 필리핀 바탄 섬 내의 바스코 지역의 경우 한국 시간 13일 오후 9시경 해면기압 984.3hPa을 기록한 이후 기압이 급격히 떨어져, 태풍 중심이 바스코 관측소의 북동쪽 약 40km까지 근접했던 14일 오전 1시에는 935.4hPa로 최저값을 기록했다. 이때의 평균풍속은 진행 방향의 왼쪽, 즉 가항반원이었음에도 144km/h (약 40m/s)에 이르렀다. 1시 정각이 아닌 특정 시간에 순간적으로 불었던 바람은 이보다도 훨씬 강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태풍 므란티가 잇바얏 섬 상공을 통과 중이었던 14일 오전 3시의 레이더 영상(위)과 관측 기록(아래)



태풍의 중심이 직격한 필리핀 잇바얏 섬의 관측 기록을 보면 한국 시간 14일 오전 2시경 933.6hPa의 해면기압이 관측되면서 최저값을 기록했다. 1시간 뒤인 오전 3시의 기압은 983hPa로 기록되었고, 이후에는 정전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인해 관측 불능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레이더 영상을 보면 태풍의 눈이 잇바얏 섬 바로 위를 통과한 시간이 대략 오전 2시 50분부터 3시 10분 사이로 확인되므로 이때의 기압이 1시간 전보다 상승했을리가 만무하다는 것인데, 직전까지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오전 3시의 기압은 900hPa을 하회했을지도 모른다.




AAXX 13181 98132 11460 83418 10268 49830 57000 60301 8657/ 333 56599 86616 88356


이에 대해 14일 오전 3시 잇바얏 섬의 METAR 전문을 보면, 해면기압 983.0hPa을 의미하는 "49830"과 함께 "57000"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57000 중 "7"은 해면기압이 지난 3시간 동안 하향 추세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기이하게도 더 높은 기압이 기재되었다. 이것은 태풍의 눈이 통과하는 동안 관측소의 기압이 측정 한계를 넘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실제 기압은 983hPa이 아닌 883hPa이었을 수 있다. 이 태풍의 구조적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충분히 상정 가능한 값이다.


만약 관측 기압이 실제로 883hPa이라면, 육상 관측소 최저기압에 있어서 역사상 1위 기록에 해당한다. 현재 육상 관측소 최저기압 공식 세계 1위는 1935년 발생한 "노동절 허리케인(LABOR DAY HURRICANE)"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했을 시 관측된 892hPa이며, 태풍 므란티는 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