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로 예측

5호 태풍 노루의 예상 경로 고찰 (2017-07-30)

MaGon 2017. 7. 30. 18:31





2017년 5호 태풍 노루(NORU)는 요 며칠 일본 도쿄 남쪽 먼 바다에서 '북상(北上)'이 아닌 '남하(南下)'를 계속하는 독특한 경로를 밟았다. 이는 북서태평양 상공의 비정상적인 기압 배치에서 기인했는데, 첨부한 500hPa 일기도를 보면 아열대 고기압이 태풍 노루의 주변을 둘러싼 모습이 확인된다. 이렇게 복잡한 흐름 속에 위치한 태풍은, 일본 큐슈 남쪽에 형성된 고기압(1번 고기압)이 야기하는 북풍류를 따라 지금까지 남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머지 않아 1번 고기압의 세력권이 일본 혼슈 쪽에 자리 잡을 전망이기 때문에, 5호 태풍 노루를 주도하는 흐름은 북풍류에서 동풍 계열로 바뀔 것이다. 즉, 태풍은 지향류(指向流)가 변화하면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여기까지는 일본 기상청(JMA)이나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등 각국 예보 기관이 지속적으로 예측했던 부분이다.


문제는 1번과 2번 고기압의 이후 동향으로, 중장기적인 태풍 경로는 이들 고기압의 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1번 고기압이 빠르게 약화되는 가운데 2번 고기압이 태풍 노루의 움직임을 주도할 경우 태풍의 예상 경로는 북동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








5호 태풍 노루의 예상 경로에 대한 각국 주요 수치 모델들의 예측을 보면, 모델들이 표현한 진로가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제각각 뻗어 있는 모습이다. 이는 전술한 1, 2번 고기압의 세력권을 모델별로 다르게 예측하는 데서 비롯된다.


정리하면, 서쪽으로 편향된 영국 UKMO 모델은 약한 2번 고기압과 함께 비교적 완고한 1번 고기압을 예측한 것이다. 반면에 동쪽으로 편향된 미국 GFS / GFS 앙상블 / COAMPS-TC / HWRF2017 등과 같은 예측은 약한 1번 고기압과 함께 태풍이 2번 고기압에 의한 북동 지향류를 타고 진행하는 형국이다. 또한 유럽 ECMWF / ECMWF 앙상블 / 캐나다 CMC / HWRF / 미해군 NAVGEM 등과 같이 동일본 일대에 상륙하거나 태평양을 긴 시간 배회하는 진로는 두 고기압의 세력이 한동안 균형을 이뤘을 때의 예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수치 모델의 예측이 이렇게나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각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조차 태풍 진로를 예보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일본 기상청, 중국 기상국 등의 예보 기관은 이들 모델의 평균에 가까운 진로를 채택한 상황이다. 이 태풍이 동북아시아 국가 중 어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 관심사겠지만 현 시점에서 태풍의 목적지를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당분간은 태풍 노루의 동향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