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8

19호 태풍 솔릭 경로와 현재 상황, 서울은 태풍 비껴갈 듯

MaGon 2018. 8. 22. 23:38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은 2018년 8월 22일 오후 9시 현재,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시속 약 20km의 느린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한반도 일대 위성 영상(KMA COMS)을 보면 이 태풍은 '눈' 구조와 함께 대칭적인 형태를 갖춘 모습이다.


보통 제주도 부근까지 북상하는 태풍은 낮아지는 해수면 온도와 악화된 상층 환경 등의 요인으로 인해 형태가 크게 흐트러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태풍은 주변의 연직 시어가 낮은 가운데 전방위로 상층 발산이 이루어지면서 여전히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ANNULAR TYPHOON' 특성이 나타난 것도 형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국내에서는 '도넛 태풍'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형태적 안정에도 불구하고 태풍 솔릭의 세력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JMA)의 분석에 따르면 이 태풍은 동중국해에 막 진입했던 8월 21일에는 그 세력이 중심기압 950hPa / 최대풍속 45m/s의 '매우 강' 등급에 달했으나, 현재(8월 22일 오후 9시) 세력은 중심기압 965hPa / 최대풍속 40m/s로 약화된 상태다. 전체적인 형태는 아직 견고한 편이지만 운정 온도가 꾸준히 높아진 탓이다. 21일과 22일의 적외 강조 영상(HIMAWARI 위성 관측)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태풍(열대저기압)은 북위 30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일대로 진출할 경우, 낮아지는 해양 열용량(OHC) 및 대륙으로부터 유입되는 건조 공기 등과 마주하기 때문에 쇠퇴를 면하기 어렵다. 이번 태풍처럼 형태적 안정과 낮은 연직 시어 등이 갖추어진다 해도, 세력 약화 속도를 더디게 하는 정도만이 가능하다.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는 대한민국 서해안 상륙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그러나 진로의 유동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솔릭이 경기~충청~호남 지방의 범위 중 어디에 상륙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각국의 주요 수치 모델 예측을 보면 북쪽으로 편향된 JTWC / HWRF / CTCX 등의 경로부터 호남 지방 상륙을 예측한 GFS / 캐나다 CMC / 미해군 NAVGE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가 묘사되었다. 영국 UKM, 유럽 ECMWF 등의 예측은 여러 모델의 중간값에 가깝다.


이러한 각국 모델의 진로 차이는 일본 시코쿠 상륙이 예상되는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과 한반도 인근에 위치한 '19호 태풍 솔릭' 간의 상호 작용(후지와라 효과) 여부에서 비롯된다. '시마론'의 경우 솔릭보다 세력이 강하긴 하지만 주변 기압계를 뒤흔들 정도의 규모(크기)를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후지와라 효과가 일어나더라도 2012년의 볼라벤/덴빈 때와 같이 진행 방향이 180도 바뀌는 등의 변화는 불가능하며, 미미한 영향만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미미한 영향'에 태풍 솔릭이 반응한다면, 솔릭의 진로는 약간 남쪽으로 꺾여 호남 지방에 상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에 두 태풍 간의 후지와라 효과가 거의 전무하다면 태풍 솔릭은 좀더 북상해 중부권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기서 '중부권'은 충청남도 서해안일 가능성이 높고, 모델 예측의 방향성으로 미루어 보아 '솔릭'이 미국 JTWC의 예상처럼 서울보다 더 북쪽으로 진출할 확률은 낮다고 판단된다. 서울은 아마도 '가항반원'에 들어갈 것이며, 태풍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물론 태풍 경로의 오른쪽(위험반원)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한편 이번 태풍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리게 예측되고 있다. JMA 공식 예보에서는 서해상에서의 진행 속도가 15km/h에 불과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에 여러 언론 등에서는 '느린 태풍'의 장시간 영향으로 피해가 커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북위 30도 이북의 태풍은 세력 약화를 피하기 어려우므로, 보통은 태풍의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더 위협적이다. '빠른 태풍'일수록 세력 약화가 비교적 덜 진행된 채 상륙할 수 있으며, 위험반원의 강풍 증대 효과까지 동반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기상청 자료에서 과거 재산 피해 순위를 보면, '느린 태풍'에 속하는 것은 2002년의 태풍 루사(RUSA)와 1998년의 예니(YANNI) 정도고 그 외에는 '빠른 태풍'에 해당한다. 그나마 '예니'는 한반도 상륙 직전까지 시속 40km 남짓의 빠른 속도로 북상했다가 상륙 직후에서야 진행 속도가 감소한 사례로서, 온전한 느린 태풍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번 태풍 솔릭은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오랜 시간 영향을 주겠지만, 서해안에 상륙할 무렵이면 느린 진행 속도로 인해 세력이 크게 약해져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