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8

2018년 22호 태풍 망쿳 발생 감시 및 오사카 태풍 제비 고찰

MaGon 2018. 9. 5. 01:34





21호 태풍 제비(JEBI)는 각국 기관들의 기존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9월 4일 일본 중부 일대를 관통했다. 상륙 시 세력이 일본 기상청(JMA) 분석에서 중심기압 950hPa / 최대풍속 45m/s의 강도 '매우 강'에 달해, 금세기 일본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서 기록되었다.


제비는 러시아 연해주 일대까지 북상하면서 곧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겠지만, 21호 제비의 뒤를 이어서 올해 '22호 태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후보들이 관측되었다. 북서태평양 위성 영상(JMA HIMAWARI)을 보면 태평양 남쪽 먼 바다에서 2018년 22호 태풍 망쿳(MANGKHUT)의 씨앗 단계라 할 수 있는 열대요란들이 발생했는데, 미해군(NRL)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등은 97W, 98W, 99W 등의 숫자를 부여해 이들의 동향을 주시 중이다. 이들 모두 아직은 조직 상태가 미숙하기 때문에 당장에 태풍이 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3개의 열대요란 중 적어도 하나가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갈색 원)이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권(하늘색 원)은 일본 남동쪽으로 물러난 형국이며 태풍 제비는 해당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해 일본 중부에 상륙했다. 기압골이 다시 북쪽으로 빠져나간 뒤에는 고기압이 세력을 다소 만회하면서 북서태평양 기류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로의 계절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패턴(기압골 남하→고기압 쇠퇴→고기압 세력 만회)이 반복될 것이며, 향후 고기압의 세력 만회 정도가 점점 미미해지면서 한반도는 완연한 가을 날씨를 맞게 된다.


저위도에 위치한 3개의 태풍 후보들은, 잠시 세력을 만회하게 될 고기압 남쪽의 동풍류를 따라 서~서북서진하는 경로를 밟을 전망이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22호 태풍 망쿳' 후보는 가장 위치적 조건이 좋은 열대요란 99W이며, 99W는 북서태평양 저위도 해역을 오랜 시간 전전하는 동안 태풍으로의 승격이 기대된다. 유럽 ECMWF / 영국 UKM / 미국 GFS 등 각국의 주요 수치 모델이 99W의 발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미국 괌 섬~사이판 일대는 이 예비 태풍 망쿳(99W)의 잠재적 영향권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편 21호 태풍 제비는 서두에서 전술했다시피 매우 강력한 세력으로 일본에 상륙했다. 상륙 직전의 위성 영상을 보면 오사카 일대를 직격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눈(EYE)' 구조와 대칭적인 형태를 유지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 마리아나 제도 인근에서 중심기압 915hPa의 '5등급 슈퍼 태풍'으로서 최성기를 맞이한 뒤, 북상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지난 8월 한반도로 북상했던 '솔릭'과는 달리 시코쿠~오사카 일대에 상륙할 때까지 극단적인 세력 약화는 없었다.


이는 중위도 상층 기압골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태풍 제비의 상층 발산이 촉진되었고, 동시에 제비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력이 채 약화되기 전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지난 솔릭 관련 포스트에서도 이런 내용을 잠깐 언급했었는데, 대한민국이나 일본처럼 북위 30도 이상의 고위도에 위치하는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느린 태풍보다는 빠른 태풍이 위협적이다.


그래서 '솔릭의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위험하다'라는 식으로 경고했던 당시 일부 국내 언론의 보도는 별로 현실성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북쪽 전선대에 태풍이 꾸준히 수증기를 공급하는 형국이거나, 혹은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태풍 세력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느린 태풍'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겠지만 솔릭의 경우 둘 다 해당되지 않았다.


잠시 주제가 샜는데, 어찌되었든 제비는 일본 상륙 시까지 '매우 강(10분 최대풍속 45m/s 이상)'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태풍이 '매우 강' 등급으로 일본 본토에 상륙한 것은 1993년 13호 태풍 앤시(YANCY) 이후 무려 25년만이었다. '매우 강' 등급 상륙이 인정되었다가 사후 해석에서 '강'으로 강등된 2011년 15호 태풍 로키나 2016년 16호 태풍 말라카스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이번 태풍의 경우 일본 각지의 실측으로 미루어 강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태풍 제비는 50km/h을 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북상해 일본 중부를 관통, 그 중에서도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인 오사카 일대를 직격했다. 태풍의 세력이 워낙에 강했던 데다 빠른 이동 속도가 위험반원 풍속에 더해진 만큼, 일본 중부권 각지에서 풍속 신기록이 속출했다. 첨부한 JMA 풍속 기록 분포도를 보면, 태풍 중심권에 근접했던 대부분의 지역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모습이다. 태평양에 인접한 와카야마 시 및 해상 인공 섬에 위치한 간사이 국제 공항 등에서 최대순간풍속 60m/s에 가까운 바람이 관측되었고, 특히 오사카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최대순간풍속 47.4m/s의 기록적인 풍속이 관측되었다.


사실 오사카는 태풍이 근처를 통과하더라도 좀처럼 강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인데, 오사카의 남쪽으로는 기이 산지(紀伊山地)가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오사카에 대한 태풍의 위험반원 풍속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8월 하순 '20호 태풍 시마론'이 강력한 세력으로 일본 중부를 관통했었지만 오사카의 최대순간풍속은 약 20m/s에 머무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태풍 제비의 경우는 세력도 세력이지만 이동 경로(붉은 선)가 오사카에 있어서 최악이었다. 제비가 고베 시 부근에 상륙한 후 북동진하면서 오사카는 태풍 중심권의 바로 남동측에 들어갔고, 태풍의 풍속 극대역이 서풍류 계열로서 '오사카 만(OSAKA BAY)'으로부터 직접 유입되었다. 이에 기이 산지가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사카에 극단적으로 강한 풍속(47.4m/s)이 관측된 것이다. 이는 일본 역사상 최악의 태풍 중 하나인 '제2무로토 태풍(1961년 낸시)' 내습 때 오사카에서 관측된 50.6m/s에 버금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제비는 '제2무로토 태풍'에 견줄 만한 태풍으로서 일본 태풍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