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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태풍 하이옌의 세력에 대한 고찰

MaGon 2013. 11. 14. 10:24





1. 시속 379km?







30호 태풍 하이옌(31W HAIYAN)과 관련해 주요 포털의 메인에도 올랐던 연합뉴스 기사의 발췌문을 보면, 태풍이 "379km/h(=205KT)"의 위력으로 필리핀 중부를 통과했다고 서술되었다. 필리핀 상륙 직전인 8일 오전 3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예보 전문에 의하면 당시 세력은 1분평균 최대풍속 170KT/최대순간풍속 205KT로 해석되었는데, 이 중에서 굳이 최대순간풍속을 인용(*태풍 강도는 최대순간풍속이 아닌 "최대풍속"에 의해 결정된다)한 것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실제로 관측된 풍속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풍속은 JTWC 나름의 분석 과정을 거쳐 "추정"된 수치이며, 풍속계에서 실제로 관측된 바람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다른 열대저기압(허리케인 카밀)과의 직접 비교 부분은 과장이 지나치게 섞였다. 최대순간풍속을 인용했으면 비교 대상의 풍속 역시 같은 최대순간풍속이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허리케인의 풍속은 "최대순간풍속"이 아닌 "1분 최대풍속"을 적용하여, 두 열대저기압의 세력이 마치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실제로는 km/h을 KT 단위로 환산한 뒤, 두 초강력 폭풍의 "1분평균 최대풍속"을 비교했을 경우 태풍 하이옌(170KT)과 허리케인 카밀(165KT)은 불과 5KT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 필리핀 상륙시 세력


30호 태풍 하이옌은 8일 오전 3시에 최성기를 맞이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8시 무렵 필리핀 레이테 섬에 상륙했다. 당시 위성 해석에 따르면 오전 3시~8시 사이에는 이렇다 할 쇠약 경항이 없었으므로 태풍의 최성기 세력을 곧 필리핀 상륙 시 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예보 기관이 해석한 태풍의 최성기 세력은 아래와 같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 1분평균 최대풍속 170KT / *기압 해석 없음


일본 기상청(JMA) : 중심기압 895hPa / 10분평균 최대풍속 125KT(65m/s)


대한민국 기상청(KMA) : 중심기압 890hPa / 10분평균 최대풍속 61m/s


중국 기상국(CMA) : 중심기압 890hPa / 2분평균 최대 풍속 78m/s



대한민국, 일본, 중국 등의 각국 예보 기관은 태풍의 최성기 기압을 890~895hPa로 분석했다. 다만 이 역시 풍속과 마찬가지로 각 기관들 나름의 분석 과정을 거쳐 "추정"된 기압이다. 태풍의 실제 기압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필리핀 현지의 실측값을 확인하는 것이나 아쉽게도 태풍 중심 부근에서의 공인된 관측 기록은 현 시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풍의 경로에서 북쪽으로 겨우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필리핀 사마르 섬 내 구이우안(guiuan) 공항에서 태풍의 중심 부근 기압을 관측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전 및 통신 두절로 인해 막상 태풍 최접근 시에는 관측을 시행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나마 쓸만한 기압 기록은 구이우안 공항에서 정전 직전 관측된 8일 오전 5시의 977hPa과 세부(cebu city)에서 8일 오전 10시 7분에 관측된 985hPa 정도만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해당 기압이 관측되었을 때의 구이우안 공항~태풍 중심 간의 거리는 약 62km, 세부~태풍 중심 간의 거리는 약 93km이었다. 이 거리를 감안하면 태풍 중심 부근의 기압경도가 아무리 급격하다해도 태풍의 최저기압이 890hPa보다 낮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향후의 사후 해석(BEST TRACK)에서 기압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각국 예보 기관들이 속보로 추정한 890~895hPa는 합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RAMMB 및 NOAA SAN 등의 자료를 통해 836.3hPa이나 858hPa과 같은 과장된(?) 수치도 언급되지만 비교적 정밀한 분석을 거친 각국 예보 기관의 기압과는 달리, 이는 위성 영상으로부터 추정된 풍속을 기압으로 자동 환산한 값에 불과하다. 게다가 실측치와의 괴리도 너무 크기 때문에 신뢰도는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3. 역대 최강의 태풍?


30호 태풍 하이옌은 과거 존재했던 전세계의 열대저기압 중 어느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 태풍일까? 이번 태풍의 기록을 한데 정리해 보았다. 세력은 아직 사후 해석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각국 예보 기관의 해석을 적당히 조합한 "중심기압 890hPa/10분 풍속 125KT/1분 풍속 170KT"로 설정했으며, 편의상 태풍 번호(2013년 30호 태풍이라면 "1330"으로 표기)로서 각각의 태풍을 구분했다.



1분 최대풍속 부문 : 6118(185KT) / 6124, 5528(180KT) / 5822(175KT) / 1330 외 4개의 태풍(170KT)

※하이옌은 공동 5위. 170KT 이상을 기록한 허리케인/사이클론은 없다.


10분 최대풍속 부문 : 7920(140KT) / 1330 외 1개의 태풍(125KT)

※하이옌은 공동 2위. 이 부문에는 허리케인/사이클론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1976년 이전 태풍은 기록 미비로 제외되었다.


최저 기압 부문 : 7920(870hPa) … 1330 외 8개의 열대저기압(890hPa)

※하이옌은 공동 16위. 890hPa 미만을 기록한 15개의 태풍 및 허리케인을 뒤이은 것이다.



종합해 보면 하이옌의 세력은 과거에 전무했던 수준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시대별로 세력 해석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하나 여기서는 단순 수치 비교를 위해 제외했다) 물론 "상륙 시 세력"만을 놓고 보면 역대 최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태풍이긴 하지만, 뉴스 등에서는 그러한 점을 전제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