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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의 태풍은 과대평가되었을까?

MaGon 2013. 12. 20. 19:55





1961년의 18호 태풍 낸시(6118 NANCY, 영상)는 역대 태풍, 더 나아가 전세계의 역대 열대저기압 중에서도 최강으로 손꼽힌다. 최저기압은 890hPa(JTWC 해석 882hPa), 최대풍속은 1분 평균 185KT에 이르며 풍속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태풍이지만 한편으로는 1950~60년대의 태풍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이것이 과연 역대 최강에 적합한 태풍인지는 다소 논란이 존재한다. 이 태풍은 과대평가된 태풍일까?







이 난해한 문제는 JTWC의 1950~60년대 사후 해석(BEST TRACK)에 높은 최대풍속의 태풍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통개 개시 이래 지금까지 집계된 최대풍속 150KT 이상의 태풍 약 90개 중 1950~60년대 태풍의 비율이 절반이 넘을 정도이며, 첨부된 역대 태풍들의 1분평균 최대풍속 순위를 보아도 70년대 이전 태풍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매우 부자연스러우므로 1950~60년대 태풍의 풍속이 전체적으로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뒷받침하는 근거도 충분한 것이, 최저기압 부문 역대 1위 태풍인 7920 TIP(870hPa / 165KT)이 풍속 부문에서 9위에 그친 반면에 풍속 부문 역대 1위인 6118 NANCY의 기압은 그보다 10hPa 이상 높고, 특히 5528 RUTH(925hPa / 180KT)와 6431 LOUISE(915hPa / 165KT) 등은 JMA 해석 최저기압이 915~925hPa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풍속이 해석되었다. 당시는 미군 비행기에 의한 실측이 이뤄지던 시기로, 기압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문제가 다분한 해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술한 "과대평가"를 1950~60년대의 태풍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886hPa / 100KT의 5111 MARGE라든지, 890hPa / 140KT의 6222 EMMA와 같이 과대평가는 커녕 오히려 과소평가에 해당하는 태풍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한 태풍일수록 풍속과 기압 간의 대응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885hPa의 기압을 기록했던 1013 MEGI의 최대풍속은 160KT였던데 반해 그보다 높은 기압이었던 1330 HAIYAN(895hPa)의 최대풍속은 170KT로 해석되었으며, 0815 JANGMI(140KT)와 0922 NIDA(155KT)는 같은 기압(905hPa)임에도 15KT 만큼의 풍속차가 있다. 역시나 같은 기압(910hPa)이었던 1215 BOLAVEN(125KT)와 0918 MELOR(150KT)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비교적 최근의 사례들을 참고해도 저만한 차이가 있을 정도이니 앞서 거론한 5528 RUTH와 6431 LOUISE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6118 NANCY(882hPa / 185KT)나 6124 VIOLET(882hPa / 180KT), 5822 IDA(877hPa / 175KT) 등의 해석은 충분히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될 만하다.







한편, 과대평가 논란과 관련하여 참고해 볼 만한 또 다른 자료도 있다. JMA의 일본 상륙 태풍 순위를 보면 1위 자리에 낯익은 태풍이 보이는데, 서두에서부터 언급했던 6118 NANCY이다. 이 태풍은 925hPa의 세력으로 일본 시코쿠 섬 무로토 곶에 상륙함에 따라 일본 내 역대 1위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 상륙하는 태풍은 태평양 남쪽 먼 바다에서 최성기를 맞이한 뒤 점차 약화되면서 접근하므로 상륙 직전의 세력은 최성기 때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참작한다면 이 기록은 논란의 "최대풍속 185KT"에 대해 조금이나마 당위성을 부여할 만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 순위에 들어간 태풍 중 무려 7개의 태풍이 1950~60년대에 발생한 태풍인 것과, 주변의 각국(한국, 중국, 대만)에서 최강을 다투는 5606 WANDA, 5909 JOAN, 5914 SARAH 등의 태풍들이 해당 연대에 집중된 것 등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석연치 않은 요소들이다. "1950~60년대의 태풍은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강했다"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비록 과대평가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한 만큼 당대의 기록을 굳이 폄하(일각에서는 비공식 기록으로 취급된다)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