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0

서해로 북상하는 '태풍 바비', 엇갈리는 각국의 예상 상륙 지점

MaGon 2020. 8. 25. 20:40

8월 25일 오후 7시 30분경 태풍 바비의 모습(JMA HIMAWARI)

2020년 제 8호 태풍 바비(BAVI)는 '한반도 서해'를 목표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달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최근의 위성 영상을 보면 '눈 구조'가 확립되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대한민국 기상청 등은 이 태풍이 제주도 앞바다에서 중심기압 945hPa / 1분 최대풍속 105KT(약 55m/s)의 SSHWS '3등급' 세력을 달성한다는 예보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서면서 쇠퇴기로 접어든다. 2003년 '태풍 매미'나 1959년 '사라호 태풍' 등과 같은 악명 높은 태풍들도 이러한 고위도에서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은 앞서 몇번 강조했듯이 태풍 주변의 해수온이나 상층 환경 등이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열대저기압에 있어서)훌륭한 수준이기 때문에 더 높은 위도에까지 발달 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8월 25일 각국 수치 모델의 태풍 예상 경로도(위)와 대한민국 기상청의 예보도(아래)


태풍 바비의 진로는 유동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바비가 북위 30도를 넘어섰음에도 예상 상륙 지점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발생 초기(8월 22일)에는 대한민국 남해안 직격이 유력했었지만 하루 뒤(23일) 북한~중국 상륙 시나리오가 대두했고, 현 시점에서는 황해도 상륙 여부를 놓고 각국의 예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8월 25일의 각국 수치 모델의 태풍 경로도를 보면, 한때 중국 랴오닝성(辽宁省) 상륙을 가리켰던 유럽 ECMWF의 경로가 북한 황해도 상륙으로 변경된 가운데, 황해도 상륙(ECMWF / 영국 UKM / 일본 GSM 등)과 중국~평안도 상륙(미국 GFS 앙상블 / 미해군 CTCX / 캐나다 CMC 등)의 가능성이 거의 반반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이 차이는 서쪽에서 접근하는 중위도 기압골과 북상하는 태풍, 그리고 세력을 확장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상호 작용 여하에서 비롯된다. 기압골이 동쪽의 고기압 확장 속도를 늦춘다면 태풍 진로가 동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찌되었든 최신 예측으로 미루어, 8호 태풍 바비가 대한민국 내륙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된다. 중심권이 대한민국을 비껴가는 만큼 발생 초기의 상륙 시나리오에 비해 영향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민국 기상청의 공식 예보는 첨부한 각국 경로에 비해 좀 더 동쪽(해주시 부근)을 가리키는데, 실제 경로가 어떨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태풍 바비 관련 언론 보도(네이버 뉴스)


한편 어제 오늘 몇몇 언론에서는 '상륙보다 위험한' 혹은 '매미보다 강한' 식의 제목으로 태풍 뉴스가 다수 보도되었는데, 이는 조금 과장된 내용이다. 태풍의 가장 위험한 영역은 바로 '중심권'이며, 그 다음이 위험반원과 가항반원 순서다.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끼친 태풍 매미, 루사, 사라 등은 모두 중심이 대한민국에 상륙했던 태풍이었다. 이 때문에 태풍 경로를 볼 때 '상륙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태풍 중심권에 근접할수록 위험성이 얼마나 증대하는지는 이번 태풍과 진로 등이 여러모로 유사한 작년의 '13호 태풍 링링'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링링이 서해상을 북상하는 동안 중심권에 들어갔던 흑산도~가거도 등 서해 도서 지역(島嶼地域)에서는 최대순간풍속 50m/s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강풍이 불었다. 반면에 다소 떨어져 있던 한반도 내륙 지역에서는 30m/s 남짓이 최고 기록이었다. 만일 링링이 남해안 어딘가에 상륙했다면 50m/s 이상의 초강풍이 바다에 인접한 주요 도시를 강타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심권이 비껴가는 경로가 더 위험한 상황은 대부분의 경우 있을 수 없고, 바람의 경우 설령 매미보다 강한 풍속이 기록되더라도 서해 먼 바다 극히 일부 지역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500hPa 일기도 분석(JMA) : 태풍 바비는 붉은 원, 북태평양 고기압은 하늘색 원, 중위도상층기압골은 갈색 원에 해당한다.


게다가 8호 태풍 바비는 일단 수축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는 복잡한 기압계 흐름 속에 끼어 비교적 느린 속도로 북상하고 있어, 쇠퇴가 시작된다면 빠른 북상 태풍에 비해 세력 유지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발달 조건이 좋더라도 북위 35도에 도달하면 위치적 한계로 인해 세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