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0

제 8호 태풍 바비 현황과 예상 진로, 최강 태풍 한반도를 직격하나

MaGon 2020. 8. 22. 21:21

8월 22일 오후 8시 40분경 관측된 HIMAWARI 위성 영상


제 8호 태풍 바비(09W BAVI)가 8월 22일 오전 9시경 공식 발생했다. '바비'는 극단적으로 높은 해수면 온도와 개선되는 상층 환경에 힘입어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으며, 발표된 예상 진로에 따르면 다음 주 26일 즈음 대한민국 직격이 예상된다. 대단히 위협적인 태풍이다.

동아시아 위성 영상(JMA HIMAWARI)을 보면 날이 갈수록 조직 상태가 개선되는 태풍 바비의 모습이 확인되는데, 중심권에 운정온도 -70도 이하의 두꺼운 대류역이 형성되었고 동쪽과 남쪽 방향으로 상층 발산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전형적인 태풍다운 형태를 갖추어나가고 있다.

2020년에는 사상 초유의 '7월 태풍 발생 수 0개'를 기록하는 등 북서태평양 태풍 활동이 대단히 부진했다. 8월 들어 다수의 태풍(3호~8호)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발생 수는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강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이번 8호 태풍 바비는 저조한 태풍 활동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축적되었던 에너지를 빨아들이듯이 발달해, 올해 잠정 최강의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평년 대비 편차(위)와 수치 모델의 태풍 바비 중심기압 예측(아래)

 

8호 태풍 바비의 북상이 특히나 위협적인 것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극단적으로 높은 해수면 온도에 있다.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아열대 고기압)의 세력권이 열대성 저기압의 주 활동 영역에 광범위하게 눌러앉아 대류 활동을 억제해왔다. 결과적으로 마리아나 제도 인근은 물론 동중국해와 한반도 인근 해역의 해수온까지 그야말로 펄펄 끓는 수준으로서, 평년보다 2~4도나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열대 고기압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연직 시어의 감소와 함께 전반적으로 대류가 촉진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해양 환경과 제법 긍정적인 상층 환경이 모두 갖추어진 상황에, 때마침 태풍이 대한민국을 향해 북상하는 것이다. 바비의 향후 세력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만, 적어도 예상 진로나 주어진 발달 환경 등만 놓고 보면 이보다 위협적일 수 없다.

일단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공식 예보 및 수치 모델 예측에서 태풍 바비의 세력은 중심기압 940hPa대 / SSHWS 3등급(1분 최대풍속 100KT 이상)으로 발표되었다. 이 세력이 거의 유지된 채 대한민국 남해안에 상륙하는 것이다. '3등급'으로의 상륙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강의 태풍으로 분류되는 2003년의 '태풍 매미'나 1959년 '사라호 태풍'과 동등한 위력이다.

500hPa 일기도(JMA)와 주요 모델의 바비 예상 경로도


500hPa 일기도를 보면, 북쪽으로부터 상층 기압골 및 대륙 고기압이 남하(갈색 원)하면서 아열대 고기압이 꾸준히 수축하는 형국이다. 기압 배치의 변화 및 이와 연계된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오늘 대한민국 곳곳에 호우 특보와 함께 강한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8호 태풍 바비는 수축 중인 아열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는 진로로서 북상이 예상된다. 다만 이는 일시적으로 것으로, 다음 주에는 아열대 고기압이 세력권을 다시 확장할 전망이기 때문에 태풍을 주도하는 지향류(指向流)가 '북동'에서 '북~북북동' 계열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유럽 ECMWF / 미국 GFS / 일본 GSM / 캐나다 CMC 등 각국의 주요 수치 모델은, 태풍 바비의 진로가 '북동'에서 '북~북북동'으로 바뀐 뒤 8월 26일경 그대로 한반도를 강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예외적으로 영국 UKM과 미해군 COTC 등은 서쪽과 동쪽으로 조금 비껴까는 경로를 모의했는데, 이 경우라면 비록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영향력의 감소를 기대해 볼 수는 있을 듯하다.

현 시점에서 태풍의 남해안 상륙 가능성이 가장 높긴 하지만, 아직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변동성 및 태풍 세력의 유동성이 존재하므로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작년의 '13호 태풍 링링'이나 '17호 태풍 타파'의 사례를 예로 들면, 이들 태풍은 당초 대한민국 상륙~관통의 가능성이 높았으나 결과적으로는 각각 북한과 대한해협 방면으로 빗나갔다.

 

*8월 23일 오후 6시 35분 UPDATE*

8월 23일의 위성 영상(JMA HIMAWARI)과 주요 모델 예상 경로도

 

8호 태풍 바비는 전술했던 '훌륭한 발달 조건'에 힘입어 순조로운 발달이 진행되고 있으며, 위성 영상을 보다시피 소용돌이의 형태가 한층 더 개선되엇다. 대개의 태풍은 북위 30도에 접근하면서 쇠퇴기에 진입하기 마련이지만, '바비'의 경우 고수온대가 다소 높은 위도에까지 위치하고 있으므로 더 늦게까지 발달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태풍 바비의 예상 진로에 있어서는, 하루 전과 비교해 상황이 크게 반전되었다. 태풍은 대한민국 상륙이 아닌 서해 한중간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8월 23일 갱신된 주요 수치 모델 예측을 보면, 발생 초기 영국 UKMO 모델만이 예측했던 '북한 상륙' 멤버가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유럽 계열 모델과 캐나다 CMC 등은 아예 중국 랴오닝성(辽宁省) 상륙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바비가 상륙하지 않고 서해 먼바다로 북상한다면, 대한민국은 위험반원에 들어가긴 하지만 태풍 중심권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아무래도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태풍의 크기가 '대형'급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해안가 지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GFS 앙상블(AEMN) 및 일본 기상청 앙상블의 경로는 여전히 위협적이기 때문에, 태풍의 동향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