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태풍/주요 사례

1215 태풍 볼라벤 - 한·일 최강(?)을 노렸던 태풍

MaGon 2013. 12. 5. 23:57


Typhoon 16W BOLAVEN; 2012년 제15호 태풍 볼라벤


  • 최저 기압 : 910hPa
  • 최대 풍속(JTWC 해석) : 125KT
  • 대 풍속(JMA 해석) : 50m/s (100KT)








2012년에 발생한 15번째 태풍, JTWC 해석 16번째 열대저기압(16W).

대한민국과 일본에 숱한 화젯거리들을 남긴 후 소멸한 태풍이다.




1. 개요


15호 태풍 볼라벤이 발생한 곳은 마리아나 제도 근해였다. 발생 초기의 모습은 작고 볼품없었지만 고수온의 북서태평양 상에서 서진하는 동안 세력을 키워, 위력과 규모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리하여 최성기를 맞이한 8월 25일 오후 9시에는 그 세력이 일본 기상청(JMA) 해석 910hPa/100KT의 태풍 강도 분류상 "매우 강", 크기는 직경 1200km의 "대형"에 이르렀는데, 당시 각국 예보 기관은 이 기세가 거의 꺾이지 않은 채로 일본 오키나와 섬 근해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하는 시나리오를 예보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게 있어서 태풍 볼라벤의 접근은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이에, JMA 산하 오키나와 기상대에서는 이 태풍을 "1956년 이래 가장 강한 태풍"으로 소개하면서 최대급의 경계를 촉구했으며, 대한민국 또한 이 태풍의 소식을 연일 헤드라인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태풍의 쇠퇴는 당초 예상보다 1일 이상 빠르게 시작되었고 태풍은 오키나와 통과 시에는 930hPa/85KT로, 이어서 한반도 서해상 진입 시에는 960hPa/65KT까지 약해졌다. 그럼에도 충분히 강한 세력이었기에 양국 모두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우려했던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으므로 "설레발 태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2. 오키나와의 태풍 경계


태풍 볼라벤을 맞이하는 일본 오키나와 섬의 경계는 특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풍의 중심권이 섬에서 불과 수km 떨어진 범위 내를 통과할 것으로 예보되었던 데다 앞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일본 기상청(JMA) 산하 일본 오키나와 기상대가 볼라벤을 "1956년 이래 오키나와 섬에 직접 영향을 미쳤던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서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었는데, 사례로 인용된 1956년의 12호 태풍 엠마(EMMA)는 오키나와 현 나하 시에 최대순간풍속 73.6m/s의 그야말로 초(超)강풍을 몰고 왔던 태풍이었다. 


73.6m/s의 최대순간풍속은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깨지지 않은 기록이자 역대 2위 기록(56.3m/s)과의 격차도 컸을 정도였으니, 그에 필적한 강풍을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던 볼라벤에 대한 경계는 각별할 수 밖에 없었던 셈. 게다가 당시 JMA가 속보로 해석한 오키나와 접근 시 세력 910hPa/100KT는 일본 전역을 통틀어도 "사상 최강급"에 해당했다.


그러나 태풍이 오키나와 섬을 통과하면서 남긴 결과는 "최강급"이라는 수식어 및 갖가지 우려 등과 걸맞지 않는 초라함 그 자체였다. 오키나와 섬의 주요 도시인 나하, 나고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당초 상정했던 약 70m/s의 거의 절반이나 다름없는, 각각 38.5m/s, 38.1m/s에 불과했다. 기압 부문에서는 나고 시에서 오키나와 섬 내 역대 1위 기록이었던 924.4hPa을 뒤잇는 934.3hPa이 관측됨에 따라 최소한의 체면을 세웠지만 이 역시 당초 예보된 910hPa에는 크게 미달하는 값이었다. 


이는 과잉 예보 논란으로 번져 만만찮은 후폭풍을 불러왔고 JMA는 한바탕 곤욕을 치뤄야 했다. 결국 태풍 볼라벤은 후일의 사후 해석(BEST TRACK)에서 오키나와 접근 시 세력이 속보의 910hPa/100KT에서 925hPa/90KT로, 섬 통과 시 세력 또한 속보의 920hPa/100KT에서 930hPa/85KT로 조정되는 등 그 세력이 큰 폭으로 하향되기에 이른다.


태풍의 영향력이 이렇게 초라했던 주원인은 위성 영상에서 드러났던 약화가 공식 세력에 반영되는 것이 다소 늦었다는 데에 있다. 오키나와 섬 통과를 수시간 앞두었을 무렵(26일 오후 3시경)의 위성 해석에서 태풍의 T값은 이미 최대값이었던 6.5에서 5.5 안팎까지 내려간 상태였지만 기압/풍속은 변함이 없었고, 그 결과 태풍의 중심기압은 실측 기압보다 약 20hPa이나 더 낮은 910hPa로, 최대풍속도 실측보다 훨씬 더 높은 100KT로 해석되었다. 


참고로 이 같은 과대평가는 JMA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기상청, 중국 기상국, 대만 기상국 등의 각국 예보 기관의 해석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만이 실황과 가장 근접한 해석(1분평균 최대풍속 115KT)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JTWC가 위성 해석에서의 쇠퇴 경향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것과 달리 그 외 기관들은 쇠퇴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는 대형 태풍의 특징을 참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술한 "과대평가"만으로는 상정 미만이었던 영향력에 대한 의문을 100% 해소할 수는 없다. 태풍 볼라벤의 세력이 어느 정도 과대평가되었던 것은 틀림없으나 오키나와 섬 내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압이 관측되었을 만큼 나름대로의 저력도 갖췄었기 때문이다. 기압에 비해 실측 풍속이 낮아도 너무 낮았다. 이에 대해 JMA는 태풍의 중심권 구조가 "삼중눈"의 특징을 보이면서 실제 풍속이 당초 추정값보다 크게 약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눈벽(eyewall)이 나타나는 태풍은 하층 수렴이 일점에 집중되지 못하므로 중심 부근의 기압경도가 완만하게 되며, 이는 곧 풍속의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3. 태풍은 황해도에 상륙했다?







대한민국 기상청(KMA)은 일본 기상청(JMA) 이상으로 갖가지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JMA와 같은 과잉 예보 문제도 있었지만 특히 물의를 빚었던 부분은 태풍 볼라벤의 경로 분석 착오였는데, 서해상 내에서의 경로에 대해 KMA가 분석한 경로와 다른 예보 기관(JTWC, JMA 등)의 경로 간의 거리가 100km 넘게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KMA가 북한 황해도 상륙을, 그 외 기관이 평안북도 상륙을 분석함에 따라 상륙 지점에서도 큰 엇갈림이 나타났다. 


여러 정황상 태풍의 "실제" 경로는 JTWC나 JMA가 분석한 대로 서해 먼 바다 통과 후 평안북도 상륙에 가까웠기 때문에 KMA 홀로 동떨어진 경로를 주장하는 상황이 된 것. 공교롭게도 당시 언론들의 유례 없는 설레발 보도를 통해 강조되고 또 강조되었던 태풍의 위력이 앞에서의 과대평가와 같은 요인이 겹치면서 예상보다 크게 못미쳤던 탓에 사람들의 실망(?)이 깊었던 터라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은 매우 컸다.








태풍이 한창 서해상을 북상 중이었던 8월 28일 오전 11시경의 MTSAT 적외 영상과 ASCAT 위성이 관측한 해상풍 분포. 이때 태풍의 중심, 즉 하층 순환은 첨부 이미지를 보다시피 태풍의 급격한 쇠퇴와 함께 주 대류역과 분리되어 서해 먼 바다에 존재하고 있었으나 대한민국 기상청(KMA)은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충청 서해안에 위치한 대류역 인근에 중심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기상 예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쉽게 용인할 수 없는 실수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변명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 당시 중국 기상국(CMA) 또한 KMA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었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CMA의 경우 28일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뒤늦게나마 잘못된 경로를 백령도 부근까지 대폭 서편시켜 JTWC/JMA 등의 분석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KMA는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태풍이 그대로 황해도 남부에 상륙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결국 KMA는 며칠 뒤 "태풍 경로 조작(조선일보 2012.8.30)" 논란에 휩싸였고, 한동안 진실 공방을 벌이다가 연말에서야 경로 분석상의 오류를 시인했다. KMA의 융통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 기록


비록 과잉 예보, 과대 평가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논란이 있긴 했어도 기록적인 태풍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오키나와 섬 나고 시에서는 오키나와 섬 내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34.3hPa이라는 매우 낮은 해면기압이 관측되었으며, 태풍의 위험 반원에 놓였던 대한민국에서는 흑산도에서 961.9hPa의 해면기압이 관측된 가운데 광주광역시 무등산에서는 비공식 기록으로 최대순간풍속이 59m/s가 넘었다. 흑산도의 기압은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때 통영에서 954.0hPa의 해면기압이 관측된 이후 가장 낮은 값이기도 하다. 연평균 상륙 태풍이 1개가 채 되지 않는 한반도로서는 이만한 태풍이 다시 찾아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서해상 북상 태풍(1위~5위)


  1. 0012 태풍 프라피룬(PRAPIROON) : 965hPa/70KT
  2. 1215 태풍 볼라벤(BOLAVEN) : 960hPa/65KT
  3. 8613 태풍 베라(VERA) : 965hPa/65KT
  4. 7910 태풍 어빙(IRVING) : 970hPa/60KT
  5. 1109 태풍 무이파(MUIFA) : 975hPa/60KT


관측 최저해면기압(1위~3위)


  1. 흑산도 961.9hPa
  2. 고산 967.1hPa
  3. 진도 970.5hPa


관측 최대풍속(1위~3위)


  1. 완도 36.3m/s
  2. 흑산도 35.1m/s
  3. 진도 33.6m/s


관측 최대순간풍속(1위~3위)


  1. 완도 51.8m/s
  2. 진도 43.6m/s
  3. 흑산도 42.2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