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태풍/주요 사례

1216 태풍 산바 - 세력에 걸맞지 않았던 영향력

MaGon 2014. 1. 25. 02:50


Super Typhoon 17W SANBA; 2012년 제16호 태풍 산바


  • 최저 기압 : 900hPa
  • 최대 풍속(JTWC 해석) : 155KT
  • 대 풍속(JMA 해석) : 55m/s (110KT)








1. 개요


2012년 9월 10일, 팔라우 제도 근해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이 점차 형태를 갖추어나가기 시작해, 바로 다음 날인 11일에 16호 태풍 산바로 인정되었다. 초기 발달 속도가 대단히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날마다 급격하게 향상되었으며, 이에 따라 태풍은 12일 오후 3시에 985hPa/55KT의 강도 "중"에, 13일 오후 3시에는 930hPa/95KT의 강도 "매우 강"까지 발달했다. 


이윽고 최성기를 맞이한 14일에는 그 세력이 일본 기상청(JMA) 해석 900hPa/110KT의 강도 "맹렬",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해석 155KT의 SSHS "5등급 태풍"에 이르렀다. 2012년 최강의 태풍이자 2010년의 태풍 메기 이후 가장 강한 태풍이 된 것. 특히 JTWC가 해석한 최성기 풍속 155KT역대 한반도 상륙 태풍 중 1959년의 사라(165KT) 이래 가장 높은 값이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예상 진로가 앞서 발생한 "15호 태풍 볼라벤"과 유사하게 일본 오키나와 섬 부근을 통과→한반도 상륙으로 예보됨에 따라 태풍 산바는 대한민국, 일본 양국으로부터 지대한 주목을 받았다. 비록 단시간에 너무 급격하게 발달한 반동 및 낮아지는 해수면 온도로 인해 최성기 세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면서 오키나와 섬 근해에 도달한 16일 오전에는 935hPa/90KT의 강도 "매우 강"으로, 한반도 남해안 상륙 직전이었던 17일 오전 9시에는 955hPa/75KT의 강도 "강" 등급에까지 떨어졌지만 위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기록적인 세력이라 볼 수 있었고 태풍의 중심권에 들어갔던 오키나와 섬에서는 지난 볼라벤 내습 때보다 한층 더 강한 55m/s 내외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되었다. 


이후 965hPa/70KT의 세력으로 한반도 남해도에 상륙했으며, 18일 오전에 러시아 연해주 인근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했다. 한반도 상륙 시 세력은 역대 태풍 중 수위권에 해당할 만큼 강하게 평가되었으나 정작 한반도에의 영향력은 이상할 정도로 미미했던 태풍이다.







2. 태풍의 풍속이 약했던 원인


태풍 산바의 한반도 상륙 시 세력은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70KT(35m/s)의 강도 "강" 등급이었다. 이는 기압 기준 역대 6위, 풍속 기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세력이었지만 한반도에서의 실적은 상당히 미미했는데, 최대순간풍속 공식 기록 상위 3지점의 기록이 통영 39.4m/s, 여수 38.8m/s, 고산 35.8m/ 등으로 40m/s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역대 최대순간풍속 상위 50위에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풍속인 것이다. (참조:태풍에 의한 대한민국 내 최대순간풍속 순위) 아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 먼저 태풍의 세력 자체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다. 태풍 산바가 한반도 상륙을 목전에 두었던 17일 오전 9시, 기관별 위성 해석에서는 4.0~4.5/5.0의 T값/CI값이 분석되었고 일본 기상청(JMA)은 저 중 "CI값(=5.0)"을 토대로 태풍의 최대풍속을 75KT로 해석했다. 그러나 2003년의 태풍 매미는 한반도 상륙 직전 CI값이 6.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풍속이 산바와 동일한 75KT였다는 사례를 참고한다면 지나치게 후한 평가라고 할 만하다. 


산바의 경우 북위 33도를 넘어서면서부터 급격한 쇠퇴 경향이 나타났으므로 CI값보다는 T값에 비중을 두어야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북위 33도 이북에서의 최대풍속은 어느 정도 하향 수정할 필요가 있다. 상륙 직전인 17일 오전 9시 세력은 955hPa/70KT(기존 해석:955hPa/75KT), 상륙 시(직후)인 17일 정오의 세력은 965hPa/60KT(기존 해석:965hPa/70KT) 정도로 보는 것이 최적의 평가라고 생각된다.


*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태풍의 구조적 특성상 강한 바람이 불기 어려웠을 경우이다. 태풍 산바가 일본 오키나와 섬을 강타했던 9월 16일 오전의 현지 풍속 분포를 살펴보면 태풍의 중심권(중심으로부터의 거리 40km 이내)에 들어갔던 요론 섬과 나고 시에서는 각각 57.1m/s, 51.4m/s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되었지만 중심으로부터 130~140km 떨어져 있었던 구메지마 섬과 아마미 시의 최대순간풍속은 각각 26.9m/s, 29.4m/s에 머물렀다. 풍속의 극대역이 중심권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태풍은 동중국해를 북상하는 동안 온대저기압으로의 변질 과정을 밟게 되었고, 9월 17일 오전에는 건조 공기가 중심 부근에까지 침투할 정도로 변질 속도가 급격해졌다. 이 무렵에 태풍 중심권의 기압경도는 다소 완만해졌을 것이 틀림없다. 이는 태풍의 중심권에 위치한 풍속 극대역의 약화로 이어졌을 것인데, 중심권 외의 바람은 원래부터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태풍이므로 결국 어디에서도 기록적 강풍이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3. 한반도에서의 기록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예보 기관 해석(BEST TRACK)에서의 중심기압, 최대풍속은 역대 한반도 상륙 태풍 중 톱을 다툴 정도였지만 한반도에의 영향력은 그 세력에 비해 다소 미미했던 태풍이었다. 특히 풍속 부문에 있어서는 이전에 비슷한 경로(제주도 동쪽 해상 통과→남해안 상륙)를 밟았던 2002년 루사/2003년 매미/2007년 나리 등의 태풍과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며 강수량 부문에서는 16~17일 사이 제주 399.2mm, 산청 303.5mm, 강릉 235.0mm 등이 기록되면서 나름대로의 실적을 남겼지만 이 또한 특출난 수준은 되지 못했다. 가장 쳐줄만한 기록은 상륙 지점인 남해군에서의 최저해면기압 964.6hPa이 아닐까 한다. "설레발 태풍(?)"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같은 해의 "볼라벤"의 그늘에 가려져 주목도가 덜할 뿐, 우려와 현실 간의 갭이 정말 컸던 태풍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상륙 태풍(최저해면기압 기준 1위~5위)


  1. 5914 태풍 사라(SARAH) : 951.5hPa
  2. 0314 태풍 매미(MAEMI) : 954.0hPa
  3. 0014 태풍 사오마이(SAOMAI) : 959.6hPa
  4. 1216 태풍 산바(SANBA) : 964.6hPa
  5. 0215 태풍 루사(RUSA) : 966.7hPa


한반도 상륙 태풍(BEST TRACK 기압 기준 1위~6위)


  1. 5914 태풍 사라(SARAH) : 942hPa
  2. 0314 태풍 매미(MAEMI) : 950hPa
  3. 0014 태풍 사오마이(SAOMAI) : 959hPa
  4. 9503 태풍 페이(FAYE) : 960hPa
  5. 0215 태풍 루사(RUSA) : 960hPa
  6. 1216 태풍 산바(SANBA) : 965hPa 외 2개 태풍


한반도 상륙 태풍(BEST TRACK 풍속 기준 1위~3위)


  1. 0314 태풍 매미(MAEMI) : 80KT
  2. 8705 태풍 셀마(THELMA) : 75KT
  3. 1216 태풍 산바(SANBA) : 70KT 외 1개 태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