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9

일본 도쿄를 직격한 '태풍 하기비스', 역사적 호우와 80년 만의 강풍

MaGon 2019. 10. 13. 13:57

 

2019년 10월 12일 오후 6시경의 위성 적외 영상(JMA HIMAWARI)

 

태풍 하기비스(HAGIBIS)는 2019년 10월 12일 오후 7시경, 일본 시즈오카 현 이즈 반도(伊豆半島)에 상륙했다. 상륙 시 세력은 일본 기상청(JMA) 분석으로 중심기압 955hPa / 10분 최대풍속 40m/s의 강도 '강' 등급으로 분석되었다. 한때 중심기압 945hPa / 최대풍속 45m/s 이상의 '매우 강' 상륙이 예측되기도 했었으나 실제 강도는 당초 예상보다 약했다.

 

그러나 일본 수도권을 직접 관통했던 태풍 중에서는 최상위에 속하는 세력이기도 하며,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일대가 하기비스 진행 경로의 오른쪽에 들어가면서 '위험반원'에 놓였다. 무엇보다 '대형'의 크기로서 많은 비를 동반했기 때문에, '하기비스'는 일본 태풍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 태풍으로 인해 일본 곳곳에서 호우와 강풍 기록이 갱신되었다.

 

 

일본 기상청(JMA)에 제공된 10월 12일 기준 강수량 분포도와 강수량 상위 기록

 

특히 동일본 지역이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던 10월 11일부터 12일 사이, 호우에 있어서 '경보'보다 상위단계인 '특별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소위 '역대급 강수량'이 기록되었다. 첨부한 강수량 분포도를 보면 '기록 경신' 표기가 동일본 전체를 메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지역은 카나가와 현 하코네(神奈川県 箱根) 지역으로서, 이곳에서는 일강수량(10월 12일) 922.5mm, 24시간 강수량 942.5mm, 48시간 강수량 1001mm가 관측되었다. 도쿄도(東京都)에 속하는 '하치오지 시'나 '니시타마 군' 일대에서도 해당 지역의 강수량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400mm ~ 600mm의 비가 내렸다.

 

하코네의 10월 12일 일강수량 기록(922.5mm)은 기존의 일본 전국 1위 기록(851.5mm)을 70mm 이상 경신하는 것으로, 이번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100년이 넘는 일본 기상 관측 역사의 강수량 순위가 새로 쓰였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경우 '태풍 루사(RUSA)'가 내습했던 2002년 8월 31일 강원도 강릉에서 기록된 870.5mm가 일강수량 최고 기록이다.

 

 

2011년 12호 태풍 탈라스의 모습(NOAA), 일본에서 48시간 강수량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번 태풍의 일본 호우 기록에 유의해야 할 점은 '일강수량'의 경우 해당 날짜에 내린 비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호우의 강도를 정확하게 잴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틀(10월 11~12일)에 걸쳐 많은 비가 내렸을 경우, 일강수량에는 특정일(12일)만이 집계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날짜에 상관없이 '24시간 강수량'이나 '48시간 강수량' 등을 발표할 때가 많다.

 

24시간 강수량 부문 일본 전국 1위 기록은 일본 코치 현(高知県)에서 1998년 9월 관측된 979mm이며, 48시간 기준으로는 미에 현(三重県)에서 2011년 9월 태풍 탈라스 상륙 시에 관측된 1347.5mm다. 이는 전술한 하기비스의 기록보다 더 많은 강수량이다. 즉, 이번 하기비스의 호우는 '일강수량'이라는 제한적인 기록을 바꾸었을 뿐, 기존의 강수량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우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최대풍속 분포도와 풍속 상위 기록(JMA)

 

하기비스로 인한 일본 내 강풍 현황을 보면 10분 최대풍속 34.8m/s, 최대순간풍속 44.8m/s가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실측 최대순간풍속이 60m/s에 달할 것이라던 일본 기상청의 경고는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이 태풍이 주로 '비 태풍'의 특징을 보이면서 바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했는데, 풍속 분포도와 상단의 강수량 분포도를 비교하면 기록 경신 숫자에서 현저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단순히 풍속 1위 기록만 보면, 올해 9월 '태풍 링링'이 대한민국 흑산도에 야기한 최대순간풍속 54.4m/s에도 다소 미치지 못한다.

 

 

2019년 15호 태풍 파사이와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경로 비교

 

다만 풍속 상위 기록이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일대에 집중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통계상 일본을 향하는 '초강력 태풍'들은 대부분 서일본에 상륙하기 때문에 도쿄 일대의 풍속이 40m/s를 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올해 15호 태풍 파사이(FAXAI)가 전례 없이 강한 세력으로 도쿄를 위협했었지만 막판 경로가 동쪽으로 치우쳐 결국 도쿄는 태풍의 가항반원(可航半圓)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경우 태풍 중심이 도쿄 도심의 바로 서쪽을 통과하면서 풍속 극대역이 10월 12일 오후 늦게 일본 수도권(도쿄~요코하마 일대)을 직격했고, 이 지역 한정으로 역대 최강급의 바람이 관측되었다.

 

10월 12일 관측된 도쿄의 최대순간풍속 41.5m/s는 1938년 이래 가장 강한, 즉 최근 80여년 만의 가장 강력한 바람이었으며, 요코하마의 최대순간풍속 43.8m/s 또한 1949년 이후 70여년 만의 역사적 강풍으로 기록되었다. '역사적인 비 태풍'으로 주목받는 하기비스지만, 일본 수도권에서는 '바람 태풍'으로서도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