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9

태풍 부알로이(BUALOI)의 사이판 직격 예상과 너구리의 경로 변화

MaGon 2019. 10. 20. 00:39

 

북서태평양 위성 영상(JMA HIMAWARI, 2019년 10월 19일 오후 10시경)

 

2019년 10월 19일 오후 9시경, 미국령 괌 섬 동쪽 먼 바다에서 '21호 태풍 부알로이(BUALOI)'가 발생했다. 유력한 태풍 후보로 꼽혔던 열대요란 97W가 별 이변 없이 태풍으로 승격한 것이다. 이 태풍은 매우 강한 세력으로의 발달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이판 섬 인근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서쪽의 20호 태풍 너구리(NEOGURI)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일본 기상청 등 기상 기관들의 당초 예상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빠르게 소멸할 것이라던 기존 발표가 무색하게, 1분 최대풍속 75KT(약 40m/s)의 SSHWS '1등급' 태풍으로의 발달을 이룬 것이다.

 

위성 영상에서는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에서 중심권에 '눈(EYE)'까지 형성 중인 너구리의 모습(드보락 T값 5.5)을 볼 수 있다. 너구리의 향후 예상 경로 또한 필리핀 루손 섬 방면이 아닌 일본 혼슈 쪽으로 변경되었다.

 

 

CIMSS 연직 시어 분석과 각국 수치 모델의 '너구리' 경로

 

초기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태풍 너구리의 극적인 변화는, 당초 유동적이었던 진로(북동 전향 여부)가 '전향'으로 가닥이 잡혔던 데서 시작되었다. 경로가 북동쪽으로 기운 계기는 북쪽 중위도 편서풍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였는데, 태풍은 이로 인한 '연직 시어 증가'보다는 '상층 발산 개선'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특히 너구리의 크기가 '소형'이었던 것이 강한 연직 시어역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는데 도움을 준 듯하다.

 

그러나 북쪽의 강력한 연직 시어역이 건재한 것은 변함없으며 너구리가 북상할수록 부정적인 상층 환경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에, 태풍은 머지 않아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들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 수치 모델 중 일부(미국 GFS, HWRF, 미해군 NAVGEM)가 도쿄 일대에 접근하는 경로를 시사하고 있어 이 태풍(혹은 변질된 온대저기압)의 영향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21호 태풍 부알로이는 저위도 먼 바다 발생이라는 훌륭한 위치적 여건과 높은 해수온, 양호한 상층 환경 등에 힘입어 강한 세력으로의 발달이 기대된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일본 기상청의 공식 예보에서는 부알로이의 최성기 세력이 중심기압 950hPa / 1분 최대풍속 100KT(약 50m/s)로 예보되었다.

 

각국 수치 모델 예측에 따르면, 태풍 부알로이의 경로는 동아시아 일대까지 접근하지는 않고 비교적 빠르게 전향한다. 그런데 그 중간의 예상 경로가 '사이판 섬 직격'을 가리키고 있어 매우 위협적인데,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상세 경로도를 보면 부알로이의 중심권이 정확히 사이판 섬 상공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최접근 시기는 유동성을 고려해 한국시간으로 대략 10월 21일 오후~22일 오전 사이가 될 듯하다.

 

일단 사이판 통과 시 세력은 세력은 85~95KT(45~50m/s)의 SSHWS '2등급'으로 발표되었으나, 며칠 전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인근 해역에서 예상 외의 급발달을 달성한 바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작년 최악의 사이판 태풍 '위투(YUTU)' 수준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0월 22일 오후 10시 5분 UPDATE*

 

 

태풍 부알로이는 북마리아나 해역에서 급격히 발달, 10월 22일 오후 9시 현재 중심기압 935hPa / 1분 최대풍속 125KT(약 65m/s)의 SSHWS '4등급 태풍'으로 성장했다. 최신 위성 영상에서는 뚜렷한 눈과 대칭적 형태의 강한 대류역 등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태풍이 당초의 미국 JTWC 예상대로 사이판 섬을 직격했다면 작년 '위투'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진로가 조금 빗나가 부알로이는 사이판 섬에서 약 120km 떨어진 채 북상했다. 태풍의 크기가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은 없었다. 부알로이는 일본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듯하며, 주말에는 '온대성 저기압(EXTRATROPICAL)'으로 변질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