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힐러리' 미국 캘리포니아 LA~샌디에이고 상륙? 84년 만의 허리케인 피해 우려

허리케인 힐러리 위성 영상(NOAA)과 주요 수치 모델의 허리케인 예상 경로도

허리케인(HURRICANE)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허리케인이 상륙할까? 북서태평양 태풍 활동이 '카눈'과 '란' 소멸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북동태평양에는 메이저 허리케인 '힐러리(HILARY)'가 발생했다. 그리고 힐러리는 캘리포니아의 주요 해안 도시인 로스엔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향해 북상 중이다.

 

북동태평양 위성 영상(NOAA GOES)을 보면 대칭적인 형태와 선명한 눈, 잘 발달된 대류역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강력한 허리케인의 형태를 갖춘 모습이다. 미국 허리케인센터(NHC)는 8월 18일 오후 6시 기준(한국시간) '힐러리'의 세력을 중심기압 942hPa / 1분 최대풍속 125KT(약 65m/s)의 SSHWS '4등급 메이저 허리케인'으로 분석한 상태다.

 

특히 각국의 주요 수치 모델은 '힐러리'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를 거쳐 8월 21일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샌디에이고 일대를 강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진로의 유동성이 적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허리케인 중심권이 접근할 것은 거의 확실하며, 세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메이저 허리케인 :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최대풍속 130KT(약 65m/s) 이상의 태풍을 '슈퍼 태풍(SUPER TYPHOON)'으로 분류하듯이, 미국 허리케인센터는 3등급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메이저 허리케인(MAJOR HURRICANE)'으로 통칭한다.

 

 

미국 서해안의 해수면 온도 분포도(NOAA)와 캘리포니아주 주변의 사막 현황(NPS)

 

일반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는 허리케인의 활동이 없다시피 한데, 이유인즉 ①한류(寒流, COLD CURRENT)에 속하는 캘리포니아 해류로 인해 해수온이 다소 낮고(20도 안팎), ②모하비, 소노라 사막으로부터 유입되는 매우 건조한 공기로 인해 열대저기압의 세력 유지가 불가능하며, ③여름철에는 강력한 아열대 고기압이 눌러앉아 있어 열대저기압의 북상 통로가 차단되는 형국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슈퍼 엘니뇨'가 발현했기 때문에 북동태평양 허리케인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엘니뇨와 양호한 상층 환경 등 열대저기압 발달에 적합한 조건이 갖추어진 가운데, 강대한 세력을 달성한 '힐러리'가 아열대 고기압의 일시적인 약화를 틈타 북상하는 형국이다.

 

물론 전술한 낮은 해수온과 사막의 건조 공기에 직면함에 따라 급격히 세력이 약화되겠지만, 미국 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35~40k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열대폭풍 이상의 세력을 유지한 채 샌디에이고 부근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즉, 세력이 미처 약화되기 전에 빠른 이동 속도로 육지에 도달한다는 예보다.

 

 

1939년 캘리포니아 열대폭풍의 경로도(AccuWeather)와 당시 기사(LA TIMES)

 

참고로 허리케인(열대폭풍)이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는 무려 19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던 1939년의 폭풍은 허리케인 세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일대에 45~93명(추정)의 사망자를 야기한 바 있다. 이후의 수많은 허리케인들은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요인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멸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는 재현되지 못했었다.

 

따라서 만일 허리케인 '힐러리'가 열대폭풍 이상의 위력으로 이들 지역을 강타한다면 84년 만의 폭풍이 되는 것이며, 허리케인에 익숙하지 않은 캘리포니아주의 LA~샌디에이고 등에 큰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허리케인 : 최대풍속 64KT 이상의 대서양/동태평양 열대저기압을 의미하며, 63KT 이하의 열대저기압은 '열대폭풍'으로 분류된다.

 

 

미국 국립허리케인 센터의 '힐러리' 공식 예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