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19

위협적인 태풍 링링(LINGLING) 경로, 서울·수도권을 직격할까

MaGon 2019. 9. 4. 22:34

 



2019년 제 13호 태풍 링링(LINGLING)의 기세와 예상 경로가 심상치 않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 기상청(JMA) 등이 예보한 링링의 최성기 세력은 중심기압 950~955hPa / 1분 최대풍속 105KT (55m/s)의 SSHWS '3등급'에 달한다. 특히 이번 태풍은 9월 5~6일 사이 최성기를 맞이한 뒤, 바로 하루 뒤인 9월 7일에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강력한 세력을 달성한 후 빠르게 북상하면서 영향을 주는, 가장 위험한 타입의 태풍이다.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손꼽히는 '1959년 사라호 태풍'과 '2003년의 태풍 매미'가 비슷한 류의 태풍에 해당한다. 비교적 최근에는 '2010년 7호 태풍 곤파스' 및 '2016년 차바' 등이 있었다.

첨부한 링링의 위성 영상(오후 9시경, JMA HIMAWARI)을 보면 눈벽(EYEWALL)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중심권에는 운정온도 영하 80도 이하의 두꺼운 대류역이 관측된다. 또한 약한 연직 시어 하에서 수직 구조가 정립됨과 함께 전방위로 상층 발산이 활발하게(외곽의 방사형 구름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전술한 '두꺼운 대류역'이 대칭적으로 자리 잡지는 못한 상태이며 눈 구조 역시 완전하지는 않으나, 이 부분은 태풍이 북상하는 동안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동아시아 500hPa 일기도(위) 및 한반도, 일본 인근 해수면 온도 분포도(JMA) / 평년 대비값(아래)



현재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27도선이 제주도 인근에 위치함에 따라 다소 높고, 북위 30도 인근까지도 29도 이상의 해수온이 분포한다. 대체로 평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수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양 환경에 힘입어, 태풍 링링은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진출할 때까지 강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이 북위 30도를 넘어선 이후에는 낮아지는 해수온으로 인해 그 세력이 점차 약화되겠지만, 500hPa 고도 일기도에 분석된 중위도 기압골(갈색 원) 접근에 따른 상층 발산류 촉진과 링링의 빠른 북상 속도 등이 쇠퇴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19호 태풍 솔릭(SOULIK) 정보 포스트에서 태풍의 진행 속도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당시 몇몇 언론은 솔릭의 이동 속도가 느려 장시간 영향에 따른 위험성을 보도했었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태풍은 북상 속도가 빠를 수록 위협적이며, 과거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야기한 태풍들은 대부분 '빠른 태풍'이었다.

고속으로 북상하는 태풍은 세력이 미처 약화되기 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남쪽의 습한 난기를 빠르게 몰고오는 만큼 급격한 대기불안정을 야기해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구름대는 비록 오래 지속되지는 않지만, 집중적인 호우를 동반하므로 많은 비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2~3일에 걸쳐 내리는 300mm의 강수량과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150mm의 강수량을 비교하면 후자의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하다.


각국 수치 모델의 '태풍 링링(LINGLING)' 진로 예측



태풍 링링의 경로는 '한반도 서해상 진출'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작년 솔릭의 경우 동쪽의 또다른 태풍 '시마론'과의 상호작용(후지와라 효과) 변수가 있어 막판까지 진로가 유동적이었고, 결국에는 수도권 직격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 이르렀었지만 이번 태풍은 솔릭에 비해 진로의 안정성이 훨씬 높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링링 진행 방향의 오른쪽, 즉 '위험반원'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태풍의 상륙 지점은 대한민국보다는 '북한' 어딘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9월 4일 갱신된 영국 UKMO / 유럽 ECMWF / 미국 GFS 등 다수의 모델이 이 태풍의 북한 황해도 서부~평안도 상륙을 예측했다. 일본 GSM과 NCEP HWRF만이 대한민국 강화도 인근 상륙~서울 등 수도권 직격을 모의하고 있다.

일단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대한민국 기상청의 공식 예보는 후자 모델(GSM, HWRF)의 시나리오를 차용한 모양새로, 이 경로대로라면 기록적인 강풍 및 피해가 우려된다. 그러나 태풍의 경로가 공식 예상보다 북쪽으로 치우쳐 '황해도 동부~경기도'가 아닌 북한 평안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확실한 진로는 6일 오전쯤 정해질 것이다.


태풍 볼라벤의 진행 경로(붉은 선, 2012년 8월)



물론 태풍이 북한에 상륙한다 해도 대한민국 거의 전역이 위험반원에 해당하는 것은 변함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이 태풍 링링의 중심권에서 그만큼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력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2년의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사례를 생각하면 되는데, 당시 볼라벤의 경로는 경기만(京畿灣) 진출이 예상되었다가 실제로는 경로도를 보다시피 서쪽으로 100km 이상 비껴가 결국 북한 평안도에 상륙했다. 이것은 수도권~서울 일대에 대한 볼라벤의 영향력이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약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