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0

제 23호 태풍 크로반(KROVANH) 발생과 마무리되는 2020년 태풍 시즌

MaGon 2020. 12. 20. 18:02

태풍 크로반의 위성 영상(12월 20일, JMA HIMAWARI)

2020년 제 23호 태풍 크로반(KROVANH)이 12월 20일 오후 3시경, 남중국해에서 발생했다. 22호 태풍 밤꼬(VAMCO)가 11월 중순 소멸한 이래 북쪽으로부터 한기가 계속 남하(대륙고기압)하고 저위도에는 아열대 고기압이 눌러앉아 대류 활동을 억제하는 기압계가 고착화되었으며, 이번 태풍이 발생하기까지 약 35일이 소요되었다.

'태풍 크로반은' 첨부한 위성 영상을 보다시피 중심권이 매우 빈약한 모습이다. 현재 남중국해 상공에 강한 동풍류가 불고 있기 때문(강한 연직 시어)에, 열대저기압 특유의 수직 구조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온 등 다른 조건이 이를 상쇄할 만한 수준도 아니기 때문에, 크로반은 별로 발달하지 못한 채 해상에서 와해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로반 :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한다.

12월 20일 오후 3시 기준 지상일기도와 태풍 예상 진로도(JMA)


23호 태풍 크로반은 현재 베트남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전술했다시피 육지에 이르지 못하고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태풍의 북쪽에 제법 강력한 대류운이 분포하고 있으며 대륙 고기압과 태풍 간의 기압 경도력 강화로 인한 넓은 강풍역(GW 영역, 보라색 원)도 존재한다. 남중국해와 베트남 남부는 태풍 중심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2020년 태풍(1호~22호)의 진행 경로도(Digital Typhoon/JMA)

24호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2020년 태풍 시즌을 돌아보면, 상반기 태풍 활동이 극도로 부진했던 대신 8~10월에는 매우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이후 11~12월 들어서는 열대저기압(태풍)의 활동이 다시금 주춤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올해 태풍 발생 수는 평년(약 26개)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었으며, 23개 태풍의 최저 중심기압 평균은 약 971hPa로서, 2000년대 평균값(약 962.5hPa)보다 높아 세력적으로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다만 무려 4개의 태풍(5호 장미, 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이 한반도에 상륙하기도 했으며, 8~10호의 대한민국 접근 시 세력은 '매미'와 '사라'에 육박할 정도였다. 또한 10월 말 발생했던 '19호 태풍 고니'는 소위 '역대급'의 세력(1분 최대풍속 170KT)을 달성한 직후 필리핀을 직격하기도 했다.

 

2020년 태풍의 진행 경로도를 보면 태풍의 활동 범위가 태평양 동쪽 먼 바다에서 드문드문한 것과 대조적으로 동경 140도 이서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서쪽 편향은 올 여름부터 태평양에 '라니냐' 현상이 시작되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