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 정보/2023

2023년 14호 태풍 고이누(KOINU) 전망과 슈퍼 엘니뇨

MaGon 2023. 9. 30. 20:28

2023년 9월 30일 태풍 고이누 위성 영상
2023년 9월 30일 오후 2시경, 태풍 고이누의 위성 영상(JMA HIMAWARI)


오랜만에 북서태평양에서 태풍이 발생했다. 2023년 9월 30일 새벽, 제 14호 태풍 '고이누(KOINU)'가 필리핀 동해상에서 발생한 것. 이 태풍은 높은 해수온과 점차 개선되는 상층 환경에 힘입어 무난한 발달이 전망된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고이누'에 대해 남중국해 진출과 함께 1분 최대풍속 110KT(약 55m/s)의 SSHWS 3등급 세력을 예보했다.

 

통상적으로 9월은 태풍 활동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지만, 올해의 경우 13호 태풍 윈욍(YUN-YEUNG)이 9월 초 미미한 세력(최성기 중심기압 996hPa)으로 소멸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태풍 활동이 없었다. 강력한 엘니뇨가 나타났음에도 태풍 활동은 예측 만큼 촉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9월 태풍이 이례적인 휴지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 태풍 시즌도 거의 종료되는 분위기다.

 

※고이누 :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 별자리 중 하나인 '작은개자리'를 의미한다.

 

 

14호 태풍 고이누 각국 예상 진로9월 30일 500hPa 일기도
태풍 고이누 예상 경로도와 500hPa 일기도

 

500hPa 일기도를 보면 계절 변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 상공에 편서풍대(갈색 원)가 남하해 있으며, 북태평양 고기압은 일본 남해상으로 밀려나 동서로 긴 고압대를 형성한 형국이다. 해당 고압대의 영향 때문에 14호 태풍 고이누의 북상 경로는 차단된 상태로서, 향후 경로는 대만과 남중국해 방면으로 좁혀졌다고 할 수 있다.

 

각국의 주요 수치 모델 예측을 보면 대부분의 멤버가 '고이누'의 대만~남중국해 진출을 모의한 가운데, 미국 GFS / 영국 UKM / 일본 GSM 등은 대만 상륙 후 급격한 약화를, 유럽 ECMWF / ECMWF 앙상블 / 캐나다 CMC 등은 온전한 세력으로 남중국해 진출을 예측한 모습이다. 대만 상륙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엘니뇨 라니냐 추이 변화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엘니뇨/라니냐 추이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분포도(JMA)

 

한편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당초 올해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서태평양에 강력한 태풍이 다발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본 기상청(JMA)이 분석한 '엘니뇨 감시 구역 수온 변화'에 따르면 올해 엘니뇨가 슈퍼 엘니뇨에 필적한 수준인 것도 맞다. 하지만 태풍 활동은 9월의 이례적인 부진으로 인해 미묘해진 상황이다.

 

현재 활동 중인 '고이누'를 제외하고 2023년 태풍을 중간 결산하면, 13개의 발생 수와 최성기 평균 중심기압 957.2hPa 등을 기록했다. 작년(2022년) 태풍의 평균 중심기압이 976.4hPa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위력이 제법 강해지긴 했지만, 발생 수가 평년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개 안팎에 머무를 듯하다.

 

특히 비슷한 수준의 엘니뇨가 발현했던 1997년(총 발생 수 28개, 평균 중심기압 954.8hPa)과 2015년(27개, 948.9hPa)과의 차이가 확연하다. 2023년은 9월의 태풍 활동 부진이 결정적이었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9월 들어 북위 30도 이남에 드넓은 세력권을 구축함에 따라 저위도 대류 활동을 억제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열대저기압 활동이 저조했던 만큼 해수의 용승(UPWELLING)도 적었기 때문에, 북서태평양에는 10월로 접어드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높은 해수온이 보존된 상태다. 10월 이후의 태풍 활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